90점에서 95점이 더 어려운 이유

친구가 토익 공부한다며 투덜댔다. "처음엔 하루 2시간씩 공부해서 점수가 쭉쭉 올랐는데, 요즘엔 4시간씩 해도 5점도 안 오른다."
아, 그 지점에 도달했구나.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레벨 1에서 10까지는 슬라임 몇 마리만 잡으면 되지만, 90에서 91로 가려면 던전을 며칠씩 돌아야 한다. 경험치는 똑같이 쌓이는데 필요한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수학의 정리로 말하면 '수확 체감의 법칙'이다. 처음엔 노력 대비 성과가 선형으로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로그 함수처럼 변한다. 그래프로 그리면 완만한 S자 모양.
60점에서 70점까지는 기본기만 탄탄히 해도 된다. 하지만 90점에서 95점? 그건 다른 게임이다. 이때부터는 예외 케이스들과 싸워야 한다. 일반적인 패턴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 함정이 깔린 선택지들.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는 이걸 "라떼 아트의 저주"라고 부른다. 우유 거품 올리는 건 한 달이면 배우지만, 백조 모양 그리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고. 마지막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체를 좌우한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코드의 80%는 20%의 시간에 완성되지만, 나머지 20%를 위해 80%의 시간을 쓴다. 버그 하나 잡는 데 며칠씩 걸리는 건 일상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간단하다. 처음엔 큰 구멍들부터 막으니까 효과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중엔 바늘구멍만 한 틈들을 찾아서 메워야 한다. 돋보기 들고 작업하는 수준.
더 재밌는 건 이 패턴이 온갖 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다이어트도 그렇다. 첫 5킬로는 쉽게 빠지지만 마지막 2킬로는 악착같이 버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유튜브 조회수도, 심지어 행복지수까지.
그래서 전문가들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충분히 좋은 지점'을 찾는다. 90점까지는 효율적으로, 그 이후는 정말 필요할 때만.
토익 친구에게도 같은 조언을 했다. "목표 점수가 850이면 860에서 멈춰. 나머지 시간에 영어 드라마나 봐."
완벽은 완벽의 적이다. 특히 그 마지막 5%를 위해 인생의 50%를 쓸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