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보다 중요한 것

레스토랑 드라마는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천재 셰프가 완벽한 요리로 세상을 정복하는 판타지, 아니면 지옥의 주방에서 고든 램지가 욕설을 퍼붓는 리얼리티. 그런데 The Bear는 둘 다 아니다.
FX의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건 익히지 못한 양파처럼 날것 그대로의 주방이다. 배달 온 재료가 모자라고, 벤더는 돈을 재촉하고, 예약은 밀려있다. 주인공 카르멘(제레미 앨런 화이트)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출신이지만 지금은 형이 남긴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한다.
여기서 아포칼립스 나우의 윌라드가 떠오른다. "When I was here, I wanted to be there; when I was there, all I could think of was getting back into the jungle." 카르멘도 똑같다. 미슐랭 주방에 있을 땐 가족의 품이 그리웠고, 시카고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로 돌아왔지만 파인 다이닝의 완벽함이 그립다. 정글이 전쟁터였다면, 카르멘에게는 주방이 전쟁터다.
크리스토퍼 스토러가 만든 이 '압력밥솥' 같은 공간은 사실 주방 이야기가 아니다. 수술실이든, 사무실이든, 우리 집 식탁이든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물에 빠진 것 같은 숨막힘, 갇힌 느낌, 무력감. The Bear가 정직한 건 이런 감정들을 요리처럼 그대로 내놓기 때문이다. MSG 없이, 인공 감미료 없이.
드라마는 슬픔, 죽음, 중독, 트라우마, 가족이라는 무거운 재료들을 다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울하지만은 않다. 카르멘은 계속 실수한다. 하지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방법을 모르고, 늘 성공하지도 못하지만, 시도는 한다.
시카고의 흐린 하늘에도 가끔 햇살이 비친다. 물론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그게 인생 아닌가. 우리 대부분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 있든 다른 곳을 그리워하면서.
여기서 The Bear의 진짜 통찰이 나온다. 미슐랭 스타는 혼자 따는 게 아니라는 것. 실패도 혼자 겪는 게 아니라는 것. 결국 중요한 건 메뉴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주방에 서 있느냐다. 카르멘이 결국 깨닫는 것도 이거다. 완벽한 요리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함께 망치고 다시 일어서는 곳이 진짜 집이라는 것.
윌라드는 정글로, 카르멘은 주방으로 계속 돌아간다. 그곳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우리는 모두 돌아갈 곳을 찾고 있다. The Bear가 위대한 건, 그 돌아갈 곳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