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 같은 독성 버릇들

어제 카페에서 옆 테이블 커플을 보다가 깨달았다. 그들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말에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서—”“아 또 회사 얘기야?”
“그런데 말이야—”“말이 많네.”
“이해해줘—”“맨날 이해하라고 하네.”
재채기는 막을 수 없다. 코가 간지러우면 나오는 거니까. 문제는 우리의 소통습관 중에도 재채기 같은 것들이 있다는 거다. 상대방이 뭔가 말하려 할 때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독성 반응들 말이다.
바로 반박하기는 가장 흔한 재채기다. 상대방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야, 그게 아니라”가 목까지 올라와 있다. 마치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하지만 우리는 TV에 나온 게 아니다.
바로 핑계 대기도 마찬가지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상황이 그랬어”, “시간이 없어서”. 이런 말들이 뇌에서 입까지 가는 시간이 0.3초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바로 해결책 제시하기는 좀 더 교묘하다. “그냥 이렇게 하면 돼”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고민을 3초 만에 해치운다. 듣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네 문제는 간단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재밌는 건 이런 재채기들이 모두 방어기제라는 점이다.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들으면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내 잘못일 수도 있고, 간단한 해결책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재채기를 참으면 코가 아프듯이, 이런 반응들을 억지로 참는 것도 답은 아니다.
대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을 때 잠깐 멈춰보는 거다. “아, 지금 내가 뭔가 튀어나오려고 하네.” 그리고 한 번만 더 들어보는 거다. 상대방이 정말 반박을 원하는지, 핑계를 들어주길 원하는지, 해결책을 원하는지.
의외로 대부분은 그냥 들어주길 원한다. 재채기를 참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거다.
그 커플은 결국 각자 폰을 보기 시작했다. 재채기가 너무 많아서 대화가 감기에 걸린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