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는 우선순위의 다른 이름이다
회사는 아이디어에 익사한다. 좋은 제안도 많고, 나쁜 제안도 많고, 애매한 제안은 더 많다. 모두가 자기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고, 모두가 급하다고 말하고, 모두가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가.
이때 재무가 개입한다. 재무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말한다. 이익이 얼마나 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회수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추상적인 희망을 구체적인 수치로 바꾼다. 그리고 그 수치가 우선순위를 정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재무를 회계 부서쯤으로 여긴다. 장부 정리하고, 세금 신고하고, 감사 대응하는 팀.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재무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자원 배분의 심판이 된다. 어떤 프로젝트에 돈을 쓸지, 어떤 팀을 키울지, 어떤 시장에 진입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재무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한다.
모든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한 건 아니다. 실행 가능하더라도 지금 해야 하는 일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재무는 이 둘을 걸러낸다. ROI가 낮으면 뒤로 미룬다. 페이백 기간이 길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현금흐름이 부족하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이게 냉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회사는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간도 제한적이고, 사람도 부족하고, 돈도 한정적이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집중해야 한다. 재무는 그 집중을 가능하게 만든다.
스타트업 CEO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해서 재무 같은 건 나중에 볼게요." 이건 위험한 생각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방향 없이 달리는 것은 다르다. 재무 없이 움직이면 에너지만 낭비한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아야 한다. 재무가 그 방향을 알려준다.
재무가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모든 제안을 숫자로 번역한다. 예상 매출, 예상 비용, 예상 이익. 그리고 이 숫자들을 비교한다. A안과 B안 중 무엇이 더 나은지, 지금 할 것인지 나중에 할 것인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판단 기준이 명확해진다.
재무는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집중한다.
마케팅 팀은 신규 캠페인을 원한다. 제품 팀은 새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한다. 영업 팀은 영업 인력을 늘려달라고 한다.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재무는 각 제안의 예상 수익률을 계산하고, 가장 높은 것부터 실행한다. 주관이 아니라 객관으로 결정한다.
이게 재무의 실용성이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논쟁을 줄인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결과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한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 필요성은 더 강해진다. 작은 회사는 직관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CEO가 모든 걸 보고, 듣고, 판단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직관은 한계를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아지고, 판단할 것이 많아지고, 실수의 비용이 커진다. 이때 재무가 없으면 회사는 방향을 잃는다.
재무는 소음을 걸러낸다. 중요한 신호만 남긴다.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 움직인다.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몇 가지 행동에 자원을 집중시키고, 소음만 만드는 수많은 행동은 제거한다. 이것이 재무가 제공하는 실용적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