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충의 비극

소설을 쓰다 보면 독자에게 뭔가 설명해야 할 때가 온다. 주인공의 과거, 세계관의 룰, 복잡한 관계도 같은 것들.
그래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길게, 자세하게, 빠뜨릴 게 없도록.
독자는 3페이지째 하품을 한다.
인포덤프(infodump)라는 말이 있다. 정보를 한꺼번에 쏟아붓는 것. 글쓰기에서 가장 지루한 순간 중 하나다.
작가들은 항상 독자가 더 많은 설명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 반대다. 독자는 이야기를 원하지 백과사전을 원하지 않는다.
인포덤프가 나타나는 타이밍은 언제나 최악이다. 처음에 나오면 "진짜 이야기는 언제 시작되나요?"라고 묻게 되고, 중간에 나오면 몰입이 뚝 끊긴다. 마치 넷플릭스 보다가 갑자기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기분.
가장 큰 문제는 인포덤프에 갈등이 없다는 점이다. 그냥 "알아두세요" 하는 정보 전달일 뿐. 독자 입장에서는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인포덤프 찾는 법
글을 다시 읽다가 건너뛰고 싶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바로 그것이다. 독자도 똑같이 건너뛸 거다.
특징을 보면:
- 대화나 액션 없이 설명만 계속되는 문단
- 위키피디아처럼 읽히는 부분
- 지금 당장 몰라도 되는 정보들
- 인물의 머릿속 회상이 너무 길게 이어지는 곳
고치는 법
일단 과감하게 잘라보자. 없어도 이야기가 돌아가는지 확인해보는 것. 정말 필요한 정보라면 나눠서 조금씩 뿌린다.
그리고 정보를 캐릭터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 왕국은 수백 년간 전쟁 중이었다" 대신
"전쟁이 시작된 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어. 할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였나?"
감정과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가 캐릭터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것.
"미라는 엄격한 군인 가정에서 자랐다" 대신
"현관문이 삐걱 소리를 내자 미라는 반사적으로 등을 꼿꼿이 세웠다. 아버지와 살던 시절의 몸이 기억하는 습관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궁금증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걸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독자가 더 알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
정보는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