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라는 것

의견이라는 것

카페에서 친구 넷이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있었다. "뭐 먹을까?"

첫 번째는 "음... 글쎄, 한식도 좋고 양식도 좋고..." 하며 5분간 모든 음식을 나열했다. 두 번째는 "너희가 정해"라며 결정을 회피했다. 세 번째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생각해볼게"라고 했다.

마지막 한 명이 말했다. "배고프니까 가까운 데로 가자. 저기 파스타집 어때? 리뷰도 괜찮고."

결국 파스타집에 갔다.

의견 공포증

일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문 중 하나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다. 틀릴까봐, 혹은 책임지기 싫어서 대부분은 회피한다. 하지만 정작 그룹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의견을 자주 말하는 사람들이다.

유튜브(YouTube)에서 영화 리뷰어 중에 "이 영화 별로"라고 확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보니 그 영화가 흥행했다. 틀렸다. 그런데도 구독자는 늘어난다.

이상하지 않나? 예측을 틀린 사람을 왜 계속 볼까?

정답이 아닌 방향

의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정답을 맞히는 의견과 방향을 잡는 의견. 대부분은 전자를 하려다가 아무 말도 못한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후자를 한다.

연인과 넷플릭스(Netflix)에서 뭘 볼지 정할 때를 생각해보자.

"뭐 볼까?"

"음... 뭐든 좋아. 너가 정해."

vs

"뭐 볼까?"

"피곤하니까 가벼운 걸로 보자. 코미디는 어때? 이 시간엔 머리 안 쓰고 싶어."

후자가 "방향을 잡는 의견"이다. 설령 그 코미디가 재미없어도, 최소한 선택 기준을 제시했다.

레딧(Reddit) 실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론을 관찰해봤다. 같은 질문에 두 가지 답변 패턴이 있다.

패턴 1: "글쎄요, 여러 관점이 있는데...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패턴 2: "개인적으로는 A가 낫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B 때문인데, 다만 C는 더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댓글에 좋아요가 더 많이 달릴까? 당연히 후자다. 틀릴 수도 있지만 최소한 "생각"이 있다.

일상 연습장

의견 말하기는 근육과 같다. 갑자기 중요한 순간에 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Instagram) 릴스를 친구와 볼 때부터 시작해보자. "이거 어때?"라는 질문에 "괜찮네" 대신 "편집은 깔끔한데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라고 답하는 것.

가족 모임에서 여행지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든 좋아" 대신 "바다보다는 산이 좋겠어. 요즘 더워서 시원한 데로"라고 말하는 것.

카페에서 친구와 메뉴 고를 때, 책에서 읽은 문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심지어 틱톡(TikTok) 영상 하나를 두고도.

일상에서 의견 말하기를 연습하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할 수 없다.

틀려도 되는 것들

그 유튜버가 영화 예측을 틀려도 구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정답보다는 "생각하는 과정"을 보고 싶어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안전한 답만 하는 사람보다는 가끔 엉뚱해도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의견이 없으면 대화에서 투명인간이 된다. 의견이 틀려도 최소한 존재한다.

Read more

칼로리 카운팅의 역설: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법

칼로리 카운팅의 역설: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법

역설의 시작점 2,000칼로리를 먹고 2,500칼로리를 쓰면 500칼로리 적자. 한 달이면 2kg. 열역학 제1법칙은 부정할 수 없다.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래서 우리는 앱을 깔고 숫자를 센다. 탄수화물 몇 그램, 단백질 몇 그램, 지방 몇 그램. 계획은 완벽하다. 숫자는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은 계산기를 비웃는다. A와 B가 있다. 같은 키, 같은 체중,

By 정체이스
드레이크가 소송에서 진 이유

드레이크가 소송에서 진 이유

랩퍼끼리 디스하다가 법원까지 간 사건이다. 드레이크가 자기 소속사 UMG를 고소했다. 켄드릭 라마가 "Not Like Us"란 곡에서 드레이크를 소아성애자로 몰았는데, UMG가 이걸 그냥 내버려뒀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봇 돌리고 페이올라까지 써서 이 곡을 띄워줬다고 주장했다. 2024년 미국 연방법원의 자넷 바르가스 판사가 목요일에 이 소송을 기각했다. 문제의 가사 "

By 정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