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만든 사람, 10년을 잃은 사람, 10년을 지킨 사람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회사는 연간 10억 달러를 잃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모든 사업부가 자기네는 흑자라고 보고하고 있었다.

Mac 팀, Newton 팀, 프린터 팀. 각자 자기 손익계산서(P&L)를 들고 있었다. 비용은 서로에게 떠넘겼다. 자기 숫자만 좋으면 됐다. 회사 전체가 망해도.

잡스가 복귀 첫날 한 일은 간단했다. 모든 사업부의 P&L을 폐지했다. 하루 만에. 제너럴 매니저들을 전부 해고하고, 회사 전체를 단일 P&L 아래 두었다.


대부분의 경영학 교과서는 사업부별 P&L을 권장한다.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 성과 측정이 쉬워진다. 합리적으로 들린다.

문제는 인센티브다.

사업부별 P&L이 있으면, 각 사업부는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사업부의 이익을 추구한다. 비용을 다른 팀에 떠넘기면 자기 숫자가 좋아진다. 다른 팀의 성공을 도우면 상대적으로 자기 팀이 나빠 보인다. 협력할 이유가 사라진다.

쪼개면 싸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확히 이 함정에 빠졌다.

스티브 발머 시절, 각 사업부는 자기 P&L이 있었다. 거기에 "스택 랭킹"이라는 시스템이 더해졌다. 매년 모든 팀에서 직원들을 순위로 줄 세웠다. 상위 20%는 보너스, 하위 10%는 해고 대상. 팀 전체가 뛰어난 인재로 구성되어 있어도, 누군가는 반드시 하위 10%가 되어야 했다.

Vanity Fair의 커트 아이헨월드가 마이크로소프트 전현직 직원들을 인터뷰했다. 모든 사람이—모든 사람이—스택 랭킹을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가장 파괴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협력하지 않았다. 동료를 도우면 그 동료가 나보다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으니까.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숨겼다.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예의 바른 척하면서 동료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주지 않는 기술을 배웠다."

사업부들은 "요새"가 됐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끼리 호환이 안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같은 회사 제품인데.

구글이 직원들에게 20% 시간을 줘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게 할 때,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그 시간을 사내 정치에 썼다.

결과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2000년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였는데, 2010년에는 애플에 추월당했다. 주가는 10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잡스의 애플은 정반대였다.

단일 P&L 아래에서, R&D 임원들의 보너스는 개별 제품 매출이 아니라 회사 전체 실적에 연동됐다. 아이폰 팀이 잘해도, 맥 팀이 잘해도, 받는 보너스는 같았다. 그래서 서로 도왔다. 기술을 공유했다. 한 제품의 혁신이 다른 제품으로 흘러갔다.

재무팀은 제품 로드맵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 팀은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단기 재무 압박에서 해방되니, 제품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물론 단일 P&L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잡스의 시스템이 작동한 건 잡스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그를 통과했다. 제품 디자인, 색상, 폰트, 마케팅 캠페인, 포장 박스, 심지어 나사 방향까지. 보이지 않는 회로 기판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몇 주를 썼다. "뒷면에 합판을 쓰는 목수는 좋은 목수가 아니다"가 그의 논리였다.

결과는 아이맥,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아이패드였다.


2011년, 팀 쿡이 CEO가 됐다.

단일 P&L 구조는 유지됐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달라졌다. 잡스 시절에는 모든 것이 잡스를 통과했다. 쿡 시절에는 합의를 구한다. 위임한다.

전 아이폰 개발 디렉터의 말이다. "합의를 얻는 과정이 더 많아졌다."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만든 켄 시걸은 더 직설적이다. "스티브는 취향이 있었고, 잔인할 정도로 강제했다. 팀은 위임한다. 그의 사람들 중 일부는 취향이 있고, 일부는 없다."

잡스 본인도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Tim's not a product person, per se."

결과는 혼합적이다. 효율성은 극대화됐다. 공급망이 완벽해졌다. 시가총액 3조 달러를 찍었다.

하지만 "다음 아이폰"은 없다. 잡스 시절에는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쿡 시절에는 카테고리에 진입한다. 애플워치는 4세대가 되어서야 제대로 됐다. 수백만 명의 사용자 피드백이 한 사람의 취향을 대체했다.

2019년,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났다. 그 후 디자인 수장 자리는 6년째 공석이다.


잡스는 10년을 만들었다. 발머는 10년을 잃었다. 쿡은 10년을 지켰다.

1997년 잡스가 모든 사업부 P&L을 폐지하지 않았다면, 아이맥도, 아이폰도 없었을 것이다.

재밌는 건 경영학 이론은 보통 반대를 권장한다는 거다. 회사가 커지면 사업부별 P&L로 전환하라고.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고, 성과 측정이 쉬워진다고. 맞는 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회사가 자기 자신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걸 빼먹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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