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교묘한 조작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에서 당(Party)이 마지막으로 장악한 건 폭력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였다. 2+2는 5다. 믿거나... 아니면 말거나.
요즘 유튜브(YouTube) 댓글창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쪽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아친다. 둘 다 확신에 차 있다.
《1984》의 진실부(Ministry of Truth)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 쓰는 곳이었다. 어제의 신문을 회수해서 오늘의 현실에 맞게 '수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 효율적이다. 굳이 과거를 지울 필요가 없다. 각자 자기만의 타임라인에서 자기만의 진실을 소비하면 된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빅브라더(Big Brother)가 됐다. 하지만 《1984》의 빅브라더보다 훨씬 친절하다.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것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라며 살짝 권한다. 거부할 수 있다는 착각까지 덤으로 준다.
인스타그램(Instagram) 릴스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남는다. 이상하게도 모든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 세상이 이렇게 단순했나 싶다. 2+2=4라는 당연한 사실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는 2+2=5가 당연한 상식이다.
오웰이 상상한 건 하나의 거대한 거짓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백만 개의 작은 진실들이 충돌하는 곳이다. 각자의 데이터, 각자의 전문가, 각자의 뉴스. 모두 팩트를 근거로 든다.
예전에는 "사실"이라는 게 있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출발점은 같았다. 이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같은 그래프를 보고도 정반대 결론을 내린다. 그래프 자체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레딧(Reddit)에서 누군가 팩트체크를 요구하면 열 명이 열 개의 다른 링크를 댄다. 모두 "믿을 만한" 소스다. 결국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고르게 된다. 아니면 내가 이미 믿고 싶은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