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세이 블로그들

시작: 폴 그레이엄

Paul Graham

URL: paulgraham.com
작가: Paul Graham (Y Combinator 공동창업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에세이를 쓴 사람이다. 1995년부터 글을 썼다. "How to Start a Startup", "Maker's Schedule, Manager's Schedule", "Do Things That Don't Scale"은 스타트업 교과서가 됐다.

폴 그레이엄의 글은 짧다. 대부분 3천~5천 단어다. 문장은 간결하다. 예시는 구체적이다. 주장은 명확하다.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2005년 Y Combinator를 만든 뒤로 글이 줄었다. 1년에 2~3개씩 나온다. 그래도 나올 때마다 Hacker News 1위에 오른다. 문제는 더 이상 자주 안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서 읽어야 하나? 폴 그레이엄처럼 쓰는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길게 생각하고, 명료하게 쓰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들 말이다.


1. Slate Star Codex / Astral Codex Ten

Slate Star Codex
Astral Codex Ten | Scott Alexander | Substack
P(A|B) = [P(A)*P(B|A)]/P(B), all the rest is commentary. Click to read Astral Codex Ten, by Scott Alexander, a Substack publication.

URL: slatestarcodex.com (아카이브) / astralcodexten.com (현재)
작가: Scott Alexander (정신과 의사)

9천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쌓아올린 괴물이다. 합리주의, 정신의학, 정치, 미래학을 다룬다. 폴 그레이엄보다 훨씬 길고 촘촘하다. "Meditations on Moloch"는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을 삼키는지 보여준다. "I Can Tolerate Anything Except The Outgroup"은 정치적 편견을 해부한다.

SSC를 읽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문제는 한 편당 1만 단어씩 나온다는 것.

2020년 뉴욕타임즈 사건

2020년 6월, Scott Alexander는 블로그를 통째로 삭제했다. 뉴욕타임즈 기자 Cade Metz가 그의 실명을 보도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Alexander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고, 과거 살해 위협과 직장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 사건은 뉴욕타임즈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직원들은 편집국 피드백 채널에서 실명 공개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6개월 후 Alexander는 Substack에서 Astral Codex Ten으로 재시작했고, 이번에는 실명을 공개했다. 2021년 2월 뉴욕타임즈가 기사를 냈을 때, Alexander는 "보복성 기사"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익명 블로거들의 안전과 언론의 보도 관행 사이의 충돌을 보여줬다. Alexander는 살아남았고, 지금도 매주 긴 글을 쓴다. 독자들은 따라왔다.


2. Wait But Why

Homepage
A popular long-form, stick-figure-illustrated blog about almost everything.

URL: waitbutwhy.com
작가: Tim Urban

막대 인간 그림으로 AI, 우주, 미루기를 설명한다. TED 강연 "Inside the Mind of a Master Procrastinator"는 7천4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가 직접 요청한 Neuralink 시리즈는 3만 8천 단어였다.

폴 그레이엄이 3천 단어로 하나의 아이디어를 설명한다면, Tim Urban은 3만 단어로 우주를 설명한다. 둘 다 통한다.

너무 긴가, 충분히 깊은가

비평가들은 Neuralink 글이 "3/4을 줄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8주 늦게 나온 3만 2천 단어 분량은 본론에 도달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일부는 Urban이 일론 머스크에게 "너무 우호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측면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게 Wait But Why의 정체성이다. "The Fermi Paradox"는 2014년 게시됐고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Urban은 짧게 쓰지 않는다. 대신 호흡이 길고, 그림이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폴 그레이엄이 창업자를 위해 쓴다면, Tim Urban은 모든 사람을 위해 쓴다.


3. Kevin Kelly (kk.org / The Technium)

Kevin Kelly – Over the long term, the future is decided by optimists

URL: kk.org
작가: Kevin Kelly (Wired 공동창업자)

기술철학의 교과서다. "1,000 True Fans" 개념을 만든 사람이다. Cool Tools로 20년간 도구 리뷰도 한다. "What Technology Wants"는 기술을 생명체처럼 본다.

KK는 휴대폰도 안 쓰고 노트북도 안 가져다니지만, 기술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다.

Kevin Kelly는 1984년에 Whole Earth Review를 편집했다. 스티브 잡스가 읽던 잡지다. 1993년에 Wired를 공동창업했다. 지금은 70대인데 여전히 아시아를 여행하며 글을 쓴다. 그의 블로그는 50년 이상의 생각을 담고 있다.

폴 그레이엄이 비즈니스를 다룬다면, Kevin Kelly는 비즈니스를 둘러싼 세상을 다룬다. 둘 다 필요하다.


4. Farnam Street (fs.blog)

Think better. Decide better. Live better.
Timeless lessons on decision making, thinking, and continuous improvement. Written by Shane Parrish.hinking, and continuous improvement.

URL: fs.blog
작가: Shane Parrish

멘탈 모델과 의사결정의 성지다. 투자, 사고방식, 독서법을 220개 이상의 철학 에세이로 풀어냈다. "Knowledge Project"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Shane Parrish는 캐나다 정보국에서 일했다. 의사결정 실수가 생명을 좌우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체계적 사고를 공부했다. 2007년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엔 자기 정리용이었다. 지금은 월 200만 명이 읽는다.

폴 그레이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한다면, Shane Parrish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말한다. 전자가 방향이라면 후자는 나침반이다.


5. Morgan Housel (Collaborative Fund 블로그)

Collab Blog
Collaborative Fund is a leading source of capital for entrepreneurs pushing the world forward.

URL: collaborativefund.com/blog
작가: Morgan Housel ("The Psychology of Money" 저자)

금융 글쓰기의 완성형이다. 행동경제학과 역사를 섞어 투자심리를 해부한다. 한 편 한 편이 책 한 권 값어치다.

Morgan Housel은 2008년 금융위기 때 The Motley Fool에서 글을 썼다. 10년간 1,400개 이상 기사를 썼다. 그러다 "The Psychology of Money"를 썼다. 300만 부 넘게 팔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책보다 블로그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폴 그레이엄이 창업자의 심리를 다룬다면, Morgan Housel은 투자자의 심리를 다룬다.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6. Ribbonfarm

ribbonfarm
constructions in magical thinking

URL: ribbonfarm.com (아카이브)
작가: Venkatesh Rao

17년간 200만 단어를 쌓았다. "인식의 리팩토링"이 슬로건이다. 기업 문화를 The Office로 해부한 "Gervais Principle" 시리즈가 전설이다. "The Art of Gig"는 프리랜서 경제를 정리했다.

지적 허세인가, 진짜 통찰인가

일부 독자들은 Ribbonfarm을 "연극적 수사학 공연"이라고 비판한다. 블루칼라 지식인들은 Rao의 글이 실제 산업 현장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Goodreads 리뷰어는 "가짜 지식인들이 컬트를 만드는 동안 Rao 같은 사람은 숨겨진 보석으로 남는다"고 썼다.

Rao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이걸로 집세를 낸다. 그게 전부다. 거창한 철학적 의도는 없다." 2024년 은퇴했지만 아카이브는 살아있다. 한 편당 수만 단어다. 읽다가 길을 잃는다.

폴 그레이엄이 명확하게 쓴다면, Venkatesh Rao는 복잡하게 쓴다. 어떤 사람은 전자를, 어떤 사람은 후자를 좋아한다. 둘 다 가치가 있다.


7. Stratechery

Stratechery by Ben Thompson
On the business, strategy, and impact of technology.

URL: stratechery.com
작가: Ben Thompson

테크 전략 분석의 바이블이다. Aggregation Theory로 플랫폼 경제를 설명했다. Substack 창업자들은 Thompson을 "주요 영감"이라고 불렀다.

집중과 맹점

Thompson 본인도 인정한다: Microsoft와 Facebook은 정확히 예측했지만, Google은 과소평가했고, WeWork와 Clubhouse는 너무 낙관적이었다. 컬럼비아 법대 교수 Tim Wu는 "Aggregation Theory 쿨에이드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비판했다. Thompson의 분석이 전환 비용을 0으로 가정하는 등 현실을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무료 에세이는 주 1회. 유료 구독하면 Daily Update 3회 추가. 월 12달러로 실리콘밸리 사고방식 학습 가능.

2013년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2015년 유료 구독자 2천 명을 넘겼다. 지금은 3만 명 이상이다. 연 매출 400만 달러 이상 추정된다.

폴 그레이엄이 창업의 원칙을 말한다면, Ben Thompson은 테크 산업의 구조를 말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날카롭다.


8. Derek Sivers

Derek Sivers

URL: sive.rs
작가: Derek Sivers (CD Baby 창업자)

짧고 명료한 에세이의 극치다. "Hell Yeah or No" 철학으로 유명하다. 회사를 2,200만 달러에 팔고 전액 기부한 사람이다.

모든 이메일에 답장한다. 뉴질랜드에 산다. 책보다 블로그가 더 좋다. Derek Sivers는 1998년에 CD Baby를 만들었다. 10년 후 팔았다. 돈은 자선단체에 넣었다. 지금은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를 오간다.

폴 그레이엄이 창업을 가르친다면, Derek Sivers는 삶을 가르친다. 에세이는 200~500 단어다. 짧지만 깊다.


9. Marginal Revolution

Marginal REVOLUTION
Small Steps Toward A Much Better World

URL: marginalrevolution.com
작가: Tyler Cowen & Alex Tabarrok

2003년부터 매일 포스팅한다. 경제학 블로그 1위다. 하루 10개씩 짧은 링크 + 생각을 올린다. "Conversations with Tyler"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20년째 하루도 안 쉬었다. WSJ이 "경제 아이디어에 진지한 사람의 필독서"라고 평가했다. Tyler Cowen은 George Mason University 교수다. 연 300권 이상 책을 읽는다. 블로그는 아침 6시에 시작한다.

폴 그레이엄이 한 달에 한 번 쓴다면, Tyler Cowen은 하루에 10번 쓴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다 통한다.


10. Aeon Essays

Aeon | a world of ideas
Aeon is a magazine of ideas and culture. We publish in-depth essays from the world’s most incisive and ambitious thinkers, and a mix of original and curated videos — free to all.

URL: aeon.co

비영리 매거진이다. 철학, 과학, 문화 롱폼을 다룬다. 매주 무료다. 2천 개 이상 에세이를 보유한다. 자선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베스트 사이언스 에세이에 여러 번 선정됐다.

뉴요커 수준의 퀄리티를 공짜로 준다. 매일 3개씩 메일로 보내준다. 2012년에 시작했다. 런던에 본부가 있다. 기부로만 운영된다.

폴 그레이엄이 비즈니스를 다룬다면, Aeon은 인간을 다룬다. 창업자가 아니어도 읽을 가치가 있다.


11. LessWrong

LessWrong
A community blog devoted to refining the art of rationality

URL: lesswrong.com
작가: Eliezer Yudkowsky + 커뮤니티

합리주의 운동의 본산이다. "The Sequences"(200만 단어)가 기초다. AI 안전성, 인지 편향, 의사결정 이론을 다룬다. "Rationality: From AI to Zombies"가 대표작이다.

Effective Altruism 운동이 여기서 나왔다. 2천 개 이상 포스트를 책으로 묶었다. Eliezer Yudkowsky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AI 연구소 MIRI를 설립했다. 지금은 AI 안전성에만 집중한다.

폴 그레이엄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Eliezer Yudkowsky는 합리주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영향력은 비슷하다.


12. Gwern.net

Essays
Personal website of Gwern Branwen (writer, self-experimenter, and programmer): topics: psychology, statistics, technology, deep learning, anime. This index page is a categorized list of Gwern.net pages.

URL: gwern.net
작가: Gwern Branwen (익명)

AI 스케일링 가설을 2020년에 예측했다. 자기실험, 다크넷 마켓, 통계 분석을 다룬다. 한 페이지가 박사논문 수준이다. 연 1만 2천 달러로 산다. "The Scaling Hypothesis", 다크넷 마켓 연구, N=1 실험들이 대표작이다.

위키피디아 편집으로 글쓰기를 배웠다. 블로그보다 논문에 가깝다.

Gwern은 "인간이라기보다 지적 판테온의 신격"으로 묘사된다. 읽다가 토끼굴에 빠진다.

폴 그레이엄이 가장 읽기 쉬운 사람이라면, Gwern은 가장 읽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둘 다 중요하다.


패턴

폴 그레이엄부터 Gwern까지, 이 블로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질 > 양: 자주 안 쓴다. 대신 한 편이 무겁다.
독립성: 회사 없음. 에이전시 없음. 혼자 또는 소규모.
장기전: 10년, 20년 단위로 운영.
무료 또는 저렴: 대부분 광고 없음. 기부나 Patreon.
영향력: 실리콘밸리, 학계, 정책 결정자들이 읽는다.
논란: 완벽하지 않다. 비판받고, 실수하고, 때로 틀린다.


결론

폴 그레이엄은 시작점이다. 그가 증명했다. 인터넷에서 에세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Y Combinator를 만들기 전에 폴 그레이엄은 블로거였다. 글이 먼저였고, 영향력이 뒤따랐다.

이 리스트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걷는다. 먼저 쓰고, 나중에 영향을 미친다. 완벽하지 않다. 때로 틀리고, 비판받고, 논란이 된다. 그래서 더 믿을 만하다.

이것들이 지금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세이 블로그들이다. 5년간 읽을 거리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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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배치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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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지의 종말 AI가 모든 명시지를 장악했다. 검색하고, 조합하고, 최적화한다.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이제 기계가 더 잘한다. 맥킨지의 전체 보고서 데이터베이스를 3초 만에 검색한다. 100개 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조합한다. 5개 언어로 완벽한 문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완벽한 전략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완벽했는데 직원들이 반발한다. 논리는 탄탄했는데 고객이

도파민에 대한 '여전한' 오해(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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