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새로운 경매장

인터넷의 새로운 경매장

유튜브에서 "스마트폰 리뷰"를 검색하면 수만 개의 영상이 뜬다. 하지만 챗GPT(ChatGPT)에게 "새로운 구글 픽셀 폰 어때?"라고 물으면 하나의 답변만 나온다. 그 답변 뒤에는 보이지 않는 경매가 벌어진다.

200밀리초.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당신을 위한 광고 경매가 그 시간 안에 끝난다. 수십 개 광고주가 당신의 관심을 사기 위해 돈을 건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광고가 화면에 뜬다. 당신이 클릭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이미 승부는 끝났다.

이제 같은 일이 콘텐츠에도 일어난다. 돈 대신 품질로 경쟁하는 경매장이 열렸다.

AI가 답변을 만들 때 수십 개 언론사와 블로거가 자신의 콘텐츠를 내민다. 관련성, 정확성, 최신성, 권위를 따진다. 가장 유용한 정보가 AI의 답변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묻힌다.

구글(Google)의 페이지랭크(PageRank)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며칠에 걸쳐 웹을 크롤링하고 순위를 매겼다면, 이제는 밀리초 단위로 경쟁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사라지는 것들이다. 광고주가 없어진다. 클릭을 유도하려고 제목을 자극적으로 쓸 이유가 사라진다. "당신이 절대 모르는 스마트폰의 비밀"이나 "이 기능 때문에 모든 사람이 바꿨다"는 식의 낚시성 헤드라인은 AI에게 통하지 않는다.

대신 정직한 정보만 살아남는다. 픽셀 폰의 카메라 성능, 배터리 지속시간, 실제 사용자 후기.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낸 날것의 정보들.

그런데 이게 정말 좋기만 할까.

언론사들이 더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건 좋다. 하지만 AI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답변을 만들면, 사람들이 원본 기사를 볼 이유가 없어진다. 링크를 클릭할 필요도 없고, 여러 관점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 AI가 이미 다 해줬으니까.

넷플릭스(Netflix)가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처럼, AI가 정보도 추천해준다. 편리하지만 선택권은 줄어든다. 알고리즘이 좋다고 판단한 정보만 보게 된다.

더 무서운 건 경매 룰을 AI가 정한다는 점이다. 구글이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으로 인터넷의 질서를 바꿨듯이, AI 회사들이 새로운 룰을 만든다. 어떤 콘텐츠가 "품질 높다"고 판단할지는 그들이 정한다.

"객관적인 품질"이라는 말 자체가 착각일 수도 있다. 기술 리뷰에서 중요한 게 성능인지 디자인인지 가격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AI는 평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뿐이다.

결국 인터넷이 더 효율적이 되는 대신 더 단조로워진다. 200밀리초 안에 최적의 정보를 찾아주지만, 우연히 만나는 재미있는 글들은 사라진다. 레딧(Reddit)에서 엉뚱한 토론을 보거나,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예상치 못한 콘텐츠를 발견하는 즐거움 말이다.

광고 경매 시스템이 인터넷을 바꿨듯이, 콘텐츠 경매 시스템도 인터넷을 바꿀 것이다. 더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얻게 되겠지만, 정보의 다양성은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낚시성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던 시대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