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맥락이라는 착각

같은 맥락이라는 착각

"저녁 때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7시를 생각했고, 상대는 9시를 생각했다. 2시간 동안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다.

가장 흔한 착각: 모두가 나와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고 믿는 것.

"간단한 수정"이라고 개발자에게 요청하면 3일 뒤에 답이 온다. 내 머릿속 '간단'은 30분이었는데, 개발자의 '간단'은 하루 반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고 하면서 카페에서 친구를 30분 기다리게 한다. 내 '조금'은 유동적이지만 친구의 '조금'은 10분이다.

"대충 해도 돼"라고 후배에게 일을 맡긴다. 내 '대충'은 핵심만 챙기라는 뜻이었는데, 후배의 '대충'은 아무렇게나였다.

우리는 늘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착각한다.

부모님이 "언제 오니?"라고 물으면 그건 "빨리 와라"다. 상사가 "검토해보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다. 연인이 "아무거나"라고 하면 그건 "내가 원하는 걸 맞춰봐"다.

문제는 이런 번역 코드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다.

같은 회사, 같은 팀에서 일해도 "급한 일"의 정의가 다르다. 같은 집에 살아도 "깨끗하다"의 기준이 다르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란 건 더 많이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내가 다른 맥락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저녁 7시에 만나자"고 시간을 못 박는 것. "버튼 색상만 바꾸는 30분짜리 작업"이라고 구체화하는 것.

Read more

노동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의 전문성은 이미 자산이다. 문제는 아무도 그걸 모른다는 것이다. 컨설턴트는 시간을 판다. 변호사는 시간을 판다.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마케터도 시간을 판다. 하루 8시간, 한 달 160시간. 시간이 곧 돈이다. 그렇게 10년을 일하면 무엇이 남는가? 경력과 피로. 자산은 없다. 대니얼 프리스트리(Daniel Priestley)는 《핵심 영향력자(Key Person of Influence)》에서 경제적

누가 범죄자를 정하는가

"범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이 문장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하다. 너무 당연해서 질문을 막기 때문이다. 질문은 간단하다. 누가 범죄자를 정하는가? 이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명제는 도구가 된다. 누군가의 도구. 대개는 권력의 도구. 1935년 뉘른베르크 법이 통과되었다. 유대인은 독일 시민권을 잃었다. 법적으로 완벽했다. 의회를 통과했고, 법원이 집행했다. 게슈타포는 법을 따랐다.

전진배치되는 자들

전진배치되는 자들

명시지의 종말 AI가 모든 명시지를 장악했다. 검색하고, 조합하고, 최적화한다.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이제 기계가 더 잘한다. 맥킨지의 전체 보고서 데이터베이스를 3초 만에 검색한다. 100개 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조합한다. 5개 언어로 완벽한 문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완벽한 전략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완벽했는데 직원들이 반발한다. 논리는 탄탄했는데 고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