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맥락이라는 착각

"저녁 때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7시를 생각했고, 상대는 9시를 생각했다. 2시간 동안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다.
가장 흔한 착각: 모두가 나와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고 믿는 것.
"간단한 수정"이라고 개발자에게 요청하면 3일 뒤에 답이 온다. 내 머릿속 '간단'은 30분이었는데, 개발자의 '간단'은 하루 반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고 하면서 카페에서 친구를 30분 기다리게 한다. 내 '조금'은 유동적이지만 친구의 '조금'은 10분이다.
"대충 해도 돼"라고 후배에게 일을 맡긴다. 내 '대충'은 핵심만 챙기라는 뜻이었는데, 후배의 '대충'은 아무렇게나였다.
우리는 늘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착각한다.
부모님이 "언제 오니?"라고 물으면 그건 "빨리 와라"다. 상사가 "검토해보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다. 연인이 "아무거나"라고 하면 그건 "내가 원하는 걸 맞춰봐"다.
문제는 이런 번역 코드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다.
같은 회사, 같은 팀에서 일해도 "급한 일"의 정의가 다르다. 같은 집에 살아도 "깨끗하다"의 기준이 다르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란 건 더 많이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내가 다른 맥락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저녁 7시에 만나자"고 시간을 못 박는 것. "버튼 색상만 바꾸는 30분짜리 작업"이라고 구체화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