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이 제품을 설계하는 시대

치폴레가 문신 밈으로 최고 매출을 냈다. 샤크닌자는 모공 청소기를 틱톡 영상을 위해 설계했다. Gap은 바이럴 광고 하나로 매출이 5% 뛰었다.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과거엔 이랬다.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집행하고, 소비자가 반응하길 기다렸다. 그 사이클은 느렸고 비쌌다. 지금은? 바이럴이 먼저 있고, 제품이 그걸 따라간다. 순서가 뒤집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두 가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첫째, 소셜 미디어가 바이럴의 패턴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둘째, AI가 그 패턴을 즉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둘이 만나면서 생산과 소비 사이의 시간차가 거의 사라졌다.

구글의 제미니는 "바이브 코딩"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가 추상적인 의도만 말하면 코드가 생성된다. Canva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을 디자이너처럼 보이게 만든다. Gumroad는 전자책과 템플릿을 5분 만에 판매 가능하게 한다. 이건 창작의 민주화가 아니다. 창작의 즉시성이다.

핵심은 속도다. 아이디어에서 제품까지의 거리가 역사상 가장 짧아졌다. 마찰이 사라지면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고,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바이럴이 곧 제품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타코벨은 매년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테스트한다. 목표는 하나다. 수백만 달러를 만들어낼 바이럴 센세이션을 찾는 것. 도리토스 타코 쉘은 그렇게 나왔다. 이건 제품 개발이 아니라 바이럴 사냥이다.

샤크닌자의 모공 청소기를 다시 보자. 제품의 핵심 기능이 "분비물을 보여주는 것"이라니. 이건 피부를 깨끗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틱톡에서 만족스러운 순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제품이 바이럴을 위해 설계되고 있다. 기능보다 확산이 우선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바이럴이 제품을 만든다면, 바이럴이 사라지면? 제품도 사라진다. 그래서 기업들은 무관해지는 걸 두려워한다. "관련성 없는 주의력은 허영심이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봐도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관련성이 전부다. 소비자가 무시하는 소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에만 반응한다. 그래서 바이럴을 만드는 게 아니라 관련된 바이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Lovable이라는 AI 스타트업을 보자. 이들이 만든 앱에는 "Lovable로 수정하기" 버튼이 박혀 있다. 제품 자체가 유통 채널이다. 사용자가 곧 다음 사용자를 만든다. 바이럴 메커니즘이 제품 설계에 박혀 있는 거다.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본질이다.

과거엔 큰 배를 만들어야 항해할 수 있었다. 조선소, 자본,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작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AI로 빠르게 만들고, 소셜 미디어로 즉시 퍼뜨린다. 시장을 지배하는 건 가장 큰 배가 아니다. 가장 빠르게 바이럴의 바람을 탄 작은 보트들이다.

치폴레의 문신 프로모션을 다시 생각해보자. 이건 회사가 계획한 게 아니었다. 팬이 만든 밈을 회사가 포착했을 뿐이다. 회사가 한 일은? 그 바이럴을 제품으로 만든 것. 1억 2백만 회의 소셜 노출, 92억 회의 PR 노출, 사상 최고 매출. 이게 작은 아이디어가 제품의 진실성에 뿌리를 둘 때 나오는 결과다.

여기서 패턴이 보인다. 바이럴 → 제품 → 매출. 이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이클을 가장 빠르게 돌리는 사람들이 이기고 있다.

문제는 이거다. 이 속도에 모두가 적응할 수 있는가. 큰 기업은 느리다. 의사결정이 많고 리스크를 싫어한다. 하지만 바이럴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제의 밈은 오늘 이미 낡았다. 그래서 큰 기업들이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려 하고, 작은 팀에 권한을 주고, 실험을 늘린다.

AI는 이 게임을 더 극단으로 밀고 간다. 이제 개인도 기업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ChatGPT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Canva로 디자인하고, Gumroad로 판매한다. 하루 만에.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기회도 더 많아졌다.

결국 이 시대의 승자는 누구인가. 바이럴을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만드는 사람. 바이럴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 위에 자기 제품을 올려놓는 사람. 그리고 그 제품이 다시 바이럴을 만들어내도록 설계하는 사람.

바이럴이 제품을 설계하는 시대. 이건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이건 지금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은 무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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