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이 '플랫폼'이 된 날

블랙스톤이 준오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떴다. 1982년 시작된 한국 미용실 체인에 글로벌 투자회사가 돈을 넣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건 보도자료의 단어 선택이다. "헤어케어 브랜드"가 "통합 뷰티 웰니스 플랫폼"이 됐다. 미용실이 플랫폼이라니.
실제로 준오는 미용실 180개, 직원 3천 명, 아카데미까지 운영한다.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에도 진출했고 일본과 태국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까지 줬다. 단순한 동네 미용실이 아니다.
K-뷰티 열풍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식 다단계 모발 관리가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는 주장이다. 10단계 스킨케어에 이어 이제는 다단계 헤어케어 차례인가.
근데 정작 동네에서는 미용실 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 이후 자가 염색이 늘었고, 가성비 프랜차이즈들이 고급 미용실을 위협한다. 1만원짜리 컷 전문점 옆에서 10만원 받는 미용실이 버티기 쉽지 않다.
그런데 180개 매장을 거느린 미용실 체인은 투자를 받는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갈린다.
미용실도 이제 플랫폼이다. 헤어 자르는 곳이 아니라 뷰티 경험을 파는 곳. 개별 미용사의 손기술보다는 브랜드의 시스템이 중요해진다.
동네 미용실 사장님이 "요즘 손님들이 까다로워졌어"라고 하실 때, 그 까다로움의 기준을 만든 건 준오 같은 곳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