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을 미완성으로 두는 용기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를 보다가 중간에 끄면 찜찜하다. 다음 에피소드가 자동 재생되기 전에 끄려고 하는데, 결국 새벽 3시까지 봐버린다. "다음 편에서 뭔 일이 일어날지 알아야 잠이 와."
이게 종결욕구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는 불확실한 상황을 참지 못하고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다.
스타트업에서 흔한 풍경이다. A/B 테스트 결과를 일주일 돌려봐야 하는데 사흘 만에 결론 내린다. "벌써 패턴이 보이잖아요." 베타 테스터 열 명 중 세 명이 "음… 글쎄요"라고 하면 바로 기능을 뜯어고친다. 나머지 일곱 명의 반응을 기다리지 못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동료와 미묘하게 어색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정면승부를 걸려고 한다. "우리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솔직히 얘기해요." 상사가 "좋은 방향으로 검토해보세요"라고 하면 밤새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든다.
하지만 때로는 종결이 정답이다.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다. "좀 더 데이터를 모아보고"라고 하다가 경쟁사가 먼저 출시한다.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고"라다가 트렌드가 지나간다.
결정을 미루는 것도 결정이다. 그것도 보통은 나쁜 결정이다.
문제는 언제 밀어붙이고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결정해야 할 순간에는 항상 정보가 부족하다. 기다릴 수 있는 순간에는 항상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성향에 의존한다.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은 "일단 해보자"를 외친다. 약한 사람은 "좀 더 생각해보자"를 반복한다. 둘 다 자신의 불안감을 관리하는 방식일 뿐이다.
진짜 필요한 건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이다. 결론 내리고 싶은 충동도, 미루고 싶은 충동도 일단 멈추고 상황을 보는 것이다.
지금 이 결정이 정말 급한가? 더 기다리면 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는가? 지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있는가?
답은 상황마다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내 감정 때문에 결정하지는 않을 수 있다.
종결욕구든 회피욕구든, 둘 다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