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본 선민의식

외계인이 본 선민의식

외계인이 본 선민의식

케플러-442b에서 온 관찰자 보고서를 입수했다. 지구 방문 후 본성에 제출한 문서인데, 번역하면 대략 이렇다.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체들은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총 8,000여 개 집단이 존재하는데, 그중 7,847개 집단이 자신들을 '신이 선택한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다. 나머지 153개 집단은 '신은 없지만 우리가 가장 진화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의 유전적 차이가 0.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모두 동일한 종족이다. 하지만 피부색이 조금 다르거나, 눈 모양이 약간 달라도 완전히 다른 종족인 양 행동한다."

"특히 웃긴 건 지리적으로 가까운 집단일수록 서로를 더 적대시한다는 점이다. 같은 반도에 사는 두 집단이 서로 다른 우주에서 온 것처럼 구는 모습을 관찰했다."

보고서는 계속된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사는 대륙이 '신이 약속한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재밌게도 그 대륙은 46억 년 전부터 계속 움직이고 있다. 1억 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곳에 있을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데, 실제로는 우리 은하계 변두리의 작은 항성 주위를 돌고 있다. 우리 은하계 자체도 국부은하군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들이 서로 '문명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모든 집단이 다른 집단을 '야만적'이라고 여기면서 동시에 자신들을 '문명의 전달자'라고 믿는다."

보고서 말미에는 의외의 결론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착각이 이들을 더 열심히 살게 만드는 것 같다. 특별하다고 믿는 집단일수록 더 많은 예술과 과학을 만들어낸다. 선민의식이 창조의 동력인 셈이다."

"추신: 지구인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분명 '외계인도 우리를 특별하게 여긴다'고 해석할 것이다."

번역이 끝나고 나서 문득 생각해봤다.

그 외계인들도 자신들이 우주에서 가장 진화한 종족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Read more

사람들은 원래 사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원래 사고 싶어한다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결제 안 하는 사람들. "아, 이거 살까 말까" 하면서 몇 번이고 페이지 새로고침하는 사람들. 마치 구매가 죄라도 되는 것처럼. 근데 알렉스 호르모지(Alex Hormozi)는 정반대로 말한다. 사람들은 원래 사고 싶어한다고. 구매 욕구는 기본값이다 생각해보면 맞다. 새 신발 보면 갖고 싶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 보면

By 정체이스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의 함정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의 함정

증권사 앱을 삭제했다가 다시 깔기를 3번째 하고 있다. 매번 "이번엔 장기투자만 하겠다"고 다짐하는데, 빨간불이 켜지면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매도, 매수, 또 매도.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으니 뭔가 성과가 있을 것 같은데. 결과는 수수료만 증권사에 갖다 바쳤다.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사람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라도 하고 싶어한다.

By 정체이스
다크 카피라이팅: 당신이 모르는 사이 지갑을 여는 기술

다크 카피라이팅: 당신이 모르는 사이 지갑을 여는 기술

"하버드 연구진이 개발한 그 성분, 이제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이 왜 효과적인지 아는가? 정보는 최소한으로, 상상은 최대한으로 만들어서다. 하버드라는 권위 + 개발이라는 혁신 + 성분이라는 과학적 느낌 + "그"라는 지시대명사가 만드는 친밀감. 네 개 요소가 합쳐져서 독자 머릿속에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게 바로 다크 카피라이팅이다.

By 정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