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카운팅의 역설: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법
역설의 시작점
2,000칼로리를 먹고 2,500칼로리를 쓰면 500칼로리 적자. 한 달이면 2kg. 열역학 제1법칙은 부정할 수 없다.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래서 우리는 앱을 깔고 숫자를 센다. 탄수화물 몇 그램, 단백질 몇 그램, 지방 몇 그램. 계획은 완벽하다. 숫자는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은 계산기를 비웃는다.
A와 B가 있다. 같은 키, 같은 체중, 같은 계획. "매일 아침 공복 러닝 10km, 500칼로리 적자." A는 성공하고, B는 3km에서 멈춘다. 같은 계획, 다른 현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다. 우리가 몸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로리 계산은 목적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거기 가는 길이 막혀있으면 도착할 수 없다.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큰 틀: 인간 대사라는 언어의 문법
20만 년의 설계
인간의 몸은 현대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대사 시스템은 약 20만 년 전, 구석기 시대에 완성되었다. 그 시절의 환경이 우리 몸의 문법을 만들었다.
삼시세끼는 없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도 없었다. 사냥이 성공하면 먹었고, 실패하면 굶었다. 2-3일에 한 번 먹는 것도 흔했다. 먹을 때는 많이 먹었다. 언제 다음 끼니가 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몸은 특정한 능력을 갖춰야 했다:
공복 상태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 했다. 배고플 때 사냥을 나가야 했다. 배고플 때 먹이를 찾아야 했다. 공복이 활동을 막으면 죽었다.
저장된 지방을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어야 했다. 탄수화물이 고갈되면 지방을 태워야 했다. 며칠간 먹지 못해도 버텨야 했다. 수만 칼로리가 저장되어 있어도 꺼낼 수 없으면 죽었다.
이것이 인간 대사의 원래 문법이다. 불규칙성에 대한 적응. 공복과 포식의 순환. 두 가지 연료의 자유로운 전환.
100년의 실험
삼시세끼는 인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발명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두 끼를 먹었다. 농부들은 새벽부터 일했다. 공복에. 점심때쯤 첫 끼를 먹었다. 이것이 수천 년간의 표준이었다.
삼시세끼가 당연해진 것은 산업화와 함께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식사 시간이 표준화되었다. 이것은 생리학적 필요가 아니라 산업적 편의였다.
20세기 들어 간식이 추가되었다. 식품 산업이 성장하면서 "하루 세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퍼졌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는 믿음이 교리가 되었다. "굶으면 위험하다"는 공포가 조장되었다.
이제 우리는 2-3시간마다 먹는다. 공복을 경험하지 않는다. 공복을 두려워한다.
삼시세끼 + 간식은 겨우 100년 된 실험이다. 20만 년 진화한 몸에게 100년은 순간이다.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잊혀진 문법
결과는 명확하다. 현대인의 몸은 자신의 언어를 잊어버렸다.
끊임없는 탄수화물 유입. 2-3시간마다 인슐린이 올라간다. 인슐린은 몸에게 명령한다. "들어온 탄수화물을 먼저 써라. 지방은 나중에." 지방 대사의 문이 계속 닫혀있다.
사용하지 않는 능력은 퇴화한다. 지방 산화 효소가 줄어든다. 미토콘드리아가 감소한다. 경로가 녹슨다. 몸은 원래 알던 문법을 잊어버린다.
현대인 대부분은 방금 먹은 탄수화물로만 움직이는 법을 안다. 그것만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두 가지 연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 탄수화물(글리코겐): 약 1,500칼로리 저장
- 지방: 40,000~100,000칼로리 저장
숫자를 보라. 지방 저장량은 탄수화물의 수십 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500칼로리짜리 탱크만 쓴다. 수만 칼로리가 저장되어 있어도 접근할 수 없다.
문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 경로의 부재
B가 3km에서 멈춘 이유가 여기 있다.
B는 공복 상태로 달렸다. 글리코겐 1,500칼로리를 빠르게 소진했다. 몸은 지방으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그 경로가 녹슬어 있었다. 효소가 부족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적었다.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만 칼로리가 저장되어 있었지만 꺼낼 수 없었다. 뇌는 패닉에 빠졌다. 포도당이 부족하다. 생존이 위협받는다. 멈추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B는 3km에서 멈춰 섰다.
문제는 에너지 부족이 아니다. 경로의 부재다.
이것이 칼로리 카운팅의 역설이다. 숫자는 맞다. B의 몸에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그 에너지에 접근할 수 없다. 계산기는 이것을 모른다.
단순히 칼로리만 세면 문제를 놓친다. 500칼로리 적자를 만들려는 계획은 실행 불가능하다. 경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A는 다르다. A는 지방 경로가 열려있다. 공복 상태에서도 지방을 꺼내 쓴다. 글리코겐이 고갈되어도 문제없다. 수만 칼로리에 접근할 수 있다. 10km를 완주하고도 에너지가 남는다.
차이는 의지가 아니다. 대사 경로의 준비 상태다.
해결의 철학: 순서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오해와 마주한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조언은 세부사항부터 시작한다. "탄수화물을 줄여라." "단백질을 늘려라." "지방은 몇 그램." "칼로리는 몇 칼로리." 이것들은 조각이다. 파편이다.
조각을 모으기 전에 큰 틀을 이해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영양소 비율이 아니다. 칼로리 숫자도 아니다. 대사 경로가 닫혀있다는 것이다.
경로가 닫힌 상태에서 식사량을 줄이면? 실패한다. 탄단지 비율을 조정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길이 막혀있는데 목적지만 정하는 것과 같다.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순서의 논리
1단계: 대사 경로 복원
첫 번째로 해야 할 일. 유일하게 해야 할 일. 닫혀있던 지방 대사 경로를 다시 연다.
식사량? 신경 쓰지 마라. 아직은.
탄단지 비율? 나중에.
칼로리 계산? 아직 아니다.
글리코겐이 고갈된 공복 상태에서도 살살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전부다. 이것이 먼저다.
2단계: 경로가 열린 후
경로가 열리면 다른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이제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배고프지 않으니까. 지방을 꺼내 쓰니까.
이제 탄단지를 조정할 수 있다. 몸이 유연하니까. 어떤 연료든 쓸 수 있으니까.
이제 칼로리를 셀 수 있다. 계획이 실행 가능하니까.
순서가 전략을 가능하게 만든다.
점진성의 지혜
경로를 여는 것은 강제할 수 없다. 몸은 달래야 한다.
닫혀있던 경로를 갑자기 열려고 하면 몸이 패닉에 빠진다. B가 그랬다. 준비 없이 공복 10km를 시도했다. 3km에서 멈췄다.
몸을 달래가면서 경로를 연다.
공복 10분 빠른 걷기부터 시작한다. 몸에게 묻는다. "탄수화물 없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몸은 당황한다. 익숙한 연료가 없다. 글리코겐은 거의 그대로인데 계속 움직여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지방을 조금 꺼낸다. 서툴게. 비효율적으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몸은 학습한다. "아, 이것도 자주 필요하구나." 효소를 조금씩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를 늘린다. 경로를 정비한다.
20분으로 늘린다. 30분. 45분. 1시간. 점진적으로. 몸의 신호를 따라.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로가 원활해진다. 익숙해진다. 지방을 꺼내는 속도가 빨라진다. 효율이 좋아진다.
경로는 만들어진다. 사용으로.
실천의 지도: 구체적 방법론
시작: 공복 10분 빠른 걷기
내일 아침.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어난다. 10분간 빠르게 걷는다. 그게 전부다.
식사량 줄이지 마라. 평소대로 먹어라.
탄단지 신경 쓰지 마ra. 그냥 먹어라.
칼로리 세지 마라. 아직 아니다.
오직 이것만: 공복에 10분 걷기. 매일.
며칠 후, 몸에게 묻는다. "어때? 괜찮아?" 괜찮으면 15분으로 늘린다. 아직도 괜찮으면 20분. 그렇게 점진적으로.
신호를 읽는다:
위험 신호:
- 손 떨림, 식은땀 → 즉시 멈추고 먹는다
- 극심한 어지러움 → 아직 준비 안 됨
- 심한 불쾌감 → 시간 줄이거나 하루 쉰다
긍정 신호:
- 불편하지 않다 → 계속 진행
- 점점 편해진다 → 경로가 열리고 있다
- 운동 후 폭식 충동이 줄어든다 → 에너지가 안정적이다
신호를 따른다. 몸과 대화한다. 강제하지 않는다.
중간: 경로의 원활화
몇 주 후, 공복 30-45분이 편해졌다. 이제 확장한다.
아침 공복 걷기를 1시간까지 늘린다. 가볍게 뛰기 시작한다. 20분부터. 점진적으로.
여전히:
- 식사량은 평소대로
- 탄단지는 신경 쓰지 않음
- 칼로리는 세지 않음
오직 경로에 집중한다. 글리코겐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 지방을 꺼내 쓸 수 있는가?
몇 달 후, 공복 1시간 이상이 편해진다. "배고프지 않은 공복감"을 느낀다. 에너지가 안정적이다. 운동 후 폭식 충동이 없다.
경로가 열렸다.
완성: 이제 시작이다
이제다. 이제가 다른 것들을 할 때다.
경로가 열렸다. 수만 칼로리에 접근할 수 있다. 공복에 2-3시간 활동 가능하다.
이제:
-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배고프지 않으니까)
- 탄단지를 조정할 수 있다 (몸이 유연하니까)
- 칼로리를 셀 수 있다 (계획이 실행 가능하니까)
500칼로리 적자? 쉽다.
1,000칼로리 적자? 가능하다.
존2로 2-3시간 운동? 2,000-3,000칼로리 지방 연소.
계산기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배고프지 않다. 폭식 충동 없다. 에너지 안정적이다.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것이 경로가 열린 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규모의 전환: 가능성의 확장
경로가 열리면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
탄수화물만 쓰는 사람:
- 1,500칼로리 연료 탱크
- 2-3시간마다 충전 필요
- 500칼로리 적자도 힘듦
- 끊임없는 배고픔
- 높은 의지력 소모
- 실패 확률 높음
지방도 쓰는 사람:
- 수만 칼로리 접근 가능
- 하루 종일 활동 가능
- 1,000-1,500칼로리 적자 가능
- 배고프지 않음
- 의지력 절약
- 지속 가능함
울트라마라토너가 100km를 뛰는 이유. 장거리 사이클리스트가 하루 200km를 가는 이유. 그들의 대사 경로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경로를 열면 된다. 하루 4-5천 칼로리를 존1-2로 소비하는 것. 가능하다. 지방 대사를 쓰니까.
철학적 성찰: 몸과 화해하기
우리는 몸을 비난해왔다. "왜 이렇게 약한가?" "왜 공복을 못 견디는가?" "왜 지방이 안 빠지는가?"
하지만 몸은 고장나지 않았다. 몸은 현재 환경에 적응했을 뿐이다. 끊임없는 음식 섭취, 규칙적인 탄수화물 유입, 공복의 부재. 이것이 표준이라고 학습했을 뿐이다.
몸은 잘못이 없다. 우리가 잘못된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왜 못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B는 "지방을 못 태우는 사람"이 아니다. B는 현재 지방 대사 경로가 닫혀있는 상태에 있을 뿐이다. 상태는 바뀐다.
몸은 20만 년 된 설계도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들어 있을 뿐이다.
깨우면 된다.
결론: 통째로 이해하기
칼로리 카운팅은 맞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목적지일 뿐이다.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큰 틀:
- 인간의 몸은 원래 공복에 활동하고 지방을 주연료로 쓰도록 설계되었다
- 현대 식습관이 이 경로를 닫았다
- 경로를 다시 열어야 한다
- 경로가 열린 후에 세부사항을 조정한다
순서:
- 대사 경로 복원 (공복 운동, 점진적으로)
- 경로 원활화 (시간 늘리기, 신호 따르기)
- 세부사항 조정 (식사량, 탄단지, 칼로리)
파편화된 정보에 현혹되지 마라. "간헐적 단식" "케토 다이어트" "HIIT" - 이것들은 조각이다. 큰 틀 없이 조각을 모으면 혼란만 생긴다.
통째로 이해하라. 왜 그런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먼저인지.
모든 것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된다. 20만 년 진화의 설계도. 100년 된 실험의 부작용. 닫힌 경로의 복원. 점진적 적응. 그 다음의 최적화.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라.
공복에 10분 빠르게 걷는다. 식사량 줄이지 마라. 탄단지 신경 쓰지 마라. 칼로리 세지 마라.
오직 이것만: 경로를 연다. 점진적으로. 몸을 달래가며.
몇 주, 몇 달 후, 경로가 열린다. 그때 나머지를 한다. 그때 칼로리를 센다. 그때 계획을 실행한다.
변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큰 틀이 먼저다. 세부사항은 나중이다.
몸은 20만 년 된 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잠들어 있을 뿐이다.
깨우면 된다. 하나씩. 점진적으로. 통째로 이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