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절반으로 줄이는 10분의 법칙

30분짜리 회의에 6명이 참석했다. 시간은 30분이 아니라 3시간이다. 캘린더를 뒤져서 모두의 일정을 맞추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답한 질문은 딱 하나였다.

이게 대부분 회사의 현실이다. 누군가 막히면 회의를 잡는다. 슬랙 메시지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회의실로 끌고 간다. 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믿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불신엔 이유가 있다.

왜 비동기는 실패하는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쓰레기다. 애매하다. 맥락이 없다. 반만 생각하고 보낸다.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던지고 끝이다. 받는 사람은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른다. 질문을 한다. 답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 결국 누군가 말한다. "통화할까요?"

회의로 돌아간 이유는 간단하다. 게으른 비동기가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당장 2분 아끼려고 대충 쓴 메시지가 나중에 2시간을 날린다.

동기 커뮤니케이션 (회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즉각적인 피드백 지연된 응답
모든 사람의 시간 소비 개인 시간으로 처리
맥락 공유가 쉬움 맥락 제공이 어려움
일정 조율 필요 일정 조율 불필요
시간 고정 비용 높음 시간 변동 비용 낮음

회의의 문제는 명확하다. 시간을 곱해서 쓴다는 것. 비동기의 문제도 명확하다. 대부분이 불완전하다는 것.

그렇다면 답은? 완결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다.

마이크로 모멘트: 10분으로 3시간을 사는 법

마이크로 모멘트는 짧지만 완결된 커뮤니케이션이다. 받는 사람이 당신 없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핵심 원칙 3가지:

  1. 충분하다 - 추가 질문이 필요 없다
  2. 간결하다 - 불필요한 정보가 없다
  3. 실행 가능하다 - 즉시 행동할 수 있다

등산로의 표지판을 생각하면 된다. 표지판은 정확히 어디를 밟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이쪽"이라고 가리킬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은 망설이지 않고 걷는다.

나쁜 비동기 예시:

"제품 페이지 디자인 어떻게 생각하세요? 피드백 부탁드려요."

좋은 마이크로 모멘트 예시:

"제품 페이지 CTA 버튼 위치 검토 부탁드립니다. 현재 하단 고정인데, 사용자 12명 중 9명이 못 찾았습니다. 첫 화면 우측 상단으로 옮기면 전환율 15-20% 개선 예상됩니다. 개발 1주 추가. 진행할까요?"

차이가 보이는가? 두 번째는 회의가 필요 없다. 결정하고 움직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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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계산을 다시 해보자:

회의 방식:

  • 일정 조율: 2일
  • 회의 시간: 6명 × 30분 = 3시간
  • 결정까지: 2일 + 3시간

마이크로 모멘트 방식:

  • 작성 시간: 10분
  • 읽기 시간: 6명 × 2분 = 12분
  • 결정까지: 22분

당신의 10분이 모두의 3시간을 산다.

어떻게 쓰는가

마이크로 모멘트를 만드는 3단계 공식이다.

1단계: 결과부터 생각하라

"내가 뭘 말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먼저 정의하라.

  • 나쁜 질문: "이거 괜찮아 보여?"
  • 좋은 질문: "이 사람이 이 메시지를 받고 뭘 해야 하지?"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내지 마라. 더 생각하라.

2단계: 적절한 매체를 선택하라

텍스트: 맥락이 명확할 때. 3문장 이하로 끝낼 수 있을 때.

이미지: 구조나 위치를 보여줘야 할 때. 스케치도 좋다. 완벽할 필요 없다.

비디오: 프로세스를 보여줘야 할 때. 톤이 중요할 때. 5분 이하로.

조합: 스크린샷 + 3줄 텍스트가 가장 강력하다.

원칙: 상대방이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

3단계: 무자비하게 잘라라

첫 번째 드래프트를 쓴다. 그리고 절반을 자른다.

  • 배경 설명은 1문장
  • 옵션은 3개 이하
  • 질문은 1개만

==모든 걱정거리를 다 쏟아내고 싶은 충동을 저항하라. 필수가 아니면 자르라. 명확성은 우연히 오지 않는다. 무자비한 편집을 통해 온다.==

받는 사람이 15개의 추가 질문을 한다면? 실패한 것이다. 즉시 행동한다면? 성공한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법

  1. 오늘 회의 하나를 골라라. "이거 메시지로 해결할 수 있나?" 자문하라.
  2. 10분을 투자하라. 상대방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아서 메시지를 작성하라.
  3. 보내고 관찰하라. 추가 질문이 3개 이상 오면 실패다. 분석하고 다음엔 더 잘하라.
  4. 팀에게 알려라. "회의 잡기 전에 마이크로 모멘트로 시도해보자"고 제안하라.

당신의 10분이 팀의 10시간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당신의 일이다.

회의를 줄이는 건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다. 속도를 만드는 것이다. 팀이 기다리지 않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명확하게 쓰는 데 10분을 쓰라. 그게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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