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라는 방패막이

품위라는 방패막이

"재미는 있지만 품격이 떨어져요."

BBC가 몬티 파이선을 처음 거절할 때 했던 말이다. 그 '품격 없는' 코미디는 영국 유머의 대명사가 됐다.

품위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실패해도 변명거리가 생긴다는 것. "우리는 수준을 지켰으니까."

맥킨지 보고서는 품위 있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적 분석. 하지만 틱톡의 15초 영상이 더 많은 행동 변화를 만든다.

진짜 문제는 품위가 없어서가 아니다. 품위를 핑계로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거다. 복잡하게 쓰는 게 쉽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말 뒤에는 대개 이런 속내가 숨어있다: "나는 대중을 이해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