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감옥

자유라는 감옥

넷플릭스를 켜면 30분은 뭘 볼지 고민한다. 선택지가 10개였던 비디오 가게 시절엔 5분이면 충분했는데.

진짜 문제는 막연함이 아니다. 잠재적 손실의 크기를 모른다는 거다.

영화 하나 잘못 고르면? 2시간 날린다. 그런데 직업을 잘못 고르면? 전공을 잘못 고르면? 유튜브 채널 주제를 잘못 정하면? 손실의 끝을 알 수 없으니 모든 선택이 거대한 도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과도하게 "최적의 선택"에 집착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하나 고르는 데도 20분. 최고의 각도, 최고의 필터, 최고의 캡션. 실패의 대가가 불명확할수록 성공에 대한 강박은 커진다.

프리랜서 친구가 새벽 3시에 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유가 "언제든 일해야 한다"는 불안으로 변한다. 놓친 기회의 크기를 모르니까.

제약은 이 불안을 해소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매주 목요일 요리 영상"이라고 정하면, 월요일에 게임 영상을 안 올려도 괜찮다. 놓친 게 아니라 선택한 거니까. 손실의 범위가 명확해진다.

마감이 창의성을 만든다는 건 반만 맞는 말이다. 정확히는 마감이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예산 100만원으로는 완벽한 광고를 못 만들어도, 최선의 광고는 만들 수 있다.

일을 설계한다는 건 스스로 감옥을 짓는 일이다.

단, 문은 직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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