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외계인으로 만드는 포터의 진짜 의도

경쟁사를 외계인으로 만드는 포터의 진짜 의도

예전에 경쟁의 본질에 대해 썼었다. 마이클 포터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제발 좀 그만 싸워라"였을 거라고.

그런데 아사나(Asana)라는 회사가 이걸 완벽하게 실행한 사례를 봤다. 트렐로(Trello)와 비교당할 때 딱 두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아사나는 업무 관리 시스템입니다. 트렐로는 칸반 보드예요."

게임 끝. 여기서 뭘 했는지 보이나? "우리가 더 낫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예 다른 종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터의 첫 번째 전략, 제대로 써먹기

내가 이전에 쓴 글에서 포터의 경쟁 전략을 세 가지로 정리했었다:

  1. 시장 자체를 다르게 정의하기 - 같은 제품 같아도 다른 욕구 충족
  2. 같은 시장, 다른 층위에서 놀기 - 품질 사다리 위아래로 이동
  3. 진짜 같은 링에서 붙기 - 정말 피할 수 없을 때만

아사나가 한 건 완벽한 1번 전략이다. 커피를 파는 것 같지만 사실 시간을 파는 곳(스타벅스)과 각성제를 파는 곳(맥심)이 다른 사업인 것처럼.

외계인 제조법의 실제 패턴들

슈퍼휴먼(Superhuman): "지메일이 프리우스라면, 슈퍼휴먼은 헬리콥터입니다."

클릭업(ClickUp): "노션은 일을 적어둡니다. 클릭업은 일을 끝내도록 도와줍니다."

인터콤(Intercom): "고객 서비스는 진화했습니다. 젠데스크는 그러지 못했고요."

똑같은 패턴이다. 경쟁사에게는 작은 상자를, 자신에게는 은하계 전체를 준다.

5가지 외계인 제조 템플릿

도구 vs 생태계
"○○는 도구입니다. △△는 플랫폼이에요."

기능 vs 변화
"○○는 특정 작업을 처리합니다. △△는 전체 워크플로를 바꿔놓아요."

개선 vs 혁신
"○○는 기존 방식을 개선했습니다. △△는 새로운 방식이에요."

수단 vs 목적
"○○는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는 누군가가 되도록 도와줍니다."

부분 vs 전체
"○○는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는 이 영역을 재정의합니다."

진짜 경쟁자는 따로 있다

내가 이전 글에서 강조했던 게 이거다. 경쟁사를 의식하는 순간, 이미 그들의 게임에 말려든 것이라고.

차라리 고객이 뭘 포기하고 당신을 선택하는지 보라. 그게 진짜 경쟁자다. 넷플릭스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OTT가 아니라 잠이었다. 포트나이트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게임이 아니라 유튜브였다.

단, 거짓말하면 죽는다

자전거 주제에 NASA라고 우기면 안 된다. 더 큰 약속을 실제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사나가 "업무 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말로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렐로는 정말로 칸반 보드 기능에 특화되어 있고.

거짓 포지셔닝은 고객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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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짜 전략은 "어떻게 이길까"가 아니라 "어떻게 안 싸울까"를 고민하는 거다. 40년 전 포터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링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아사나 같은 회사들이 보여주는 건 그냥 더 똑똑한 포지셔닝이 아니다.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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