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작업'하는 사람들

운을 '작업'하는 사람들

오타니 쇼헤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남이 버린 운을 줍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라운드에서, 덕아웃에서, 어디서든. 이건 그냥 좋은 습관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운을 설계하는 행위다. 비슷한 개념이 실리콘밸리에도, 고대 철학에도, 현대 창업자들 사이에도 존재한다.


1. Luck Surface Area (행운 표면적)

제이슨 로버츠라는 개발자가 만든 개념이다. 공식은 간단하다.

L = D × T
Luck = Doing × Telling
행운 = 실행 × 알리기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그걸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행운의 표면적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혼자 방에서 코딩만 하면 표면적이 좁다. 코딩하면서 트위터에 과정을 올리면 표면적이 넓어진다. 누군가 그걸 보고 기회를 던져줄 확률이 생긴다. 짐 콜린스는 이걸 《Great by Choice》에서 "행운의 수확률"이라고 불렀다.


Naval Ravikant의 4가지 행운 유형
1. Blind Luck – 완전한 우연. 로또 당첨 같은 것.2. Hustle Luck –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 생기는 운. "페트리 접시를 계속 흔들면 뭔가 합쳐진다."3. Preparation Luck – 전문성 덕분에 다른 사람은 못 보는 기회를 알아채는 것. 뉴턴이 사과 떨어지는 걸 본 것처럼.4. Unique Luck – 독특한 브랜드와 실력으로 운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드는 것. 세계 최고의 심해 다이버에게 침몰선 보물 인양 제안이 들어오는 식.

2. 세렌디피티 (Serendipity)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단어다. 스리랑카의 옛 이름 '세렌디프'에서 왔다. "뜻밖의 행운으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페니실린이 그렇게 발견됐다. 플레밍이 휴가 갔다 왔더니 페트리 접시에 곰팡이가 폈다. 보통 사람이면 버렸을 것이다. 플레밍은 그게 세균을 죽인다는 걸 알아챘다. 전자레인지도 마찬가지다. 레이더 연구하던 엔지니어 주머니 속 초콜릿이 녹았다. 그가 "왜?"라고 물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가 탄생했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라고 부른다. 우연은 누구에게나 온다. 하지만 그걸 알아채는 건 준비된 사람뿐이다.


3. Build in Public (공개적으로 만들기)

스타트업과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략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전부 공개한다. 매출도, 실패도, 코드도 다 보여준다. 왜? 기회가 찾아올 확률이 올라가니까.

"숫자를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스크린샷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요청하면 된다. 올바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과정을 공개하면 그 과정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인다. 그 사람들 중 누군가가 기회를 던져준다. 이것도 행운 표면적을 넓히는 방법이다.


오타니의 만다라트 '운' 항목
인사하기 / 쓰레기 줍기 / 청소 / 심판을 대하는 태도 / 책 읽기
오타니는 운을 노력의 영역으로 봤다. 실력만 갈고닦는 게 아니라, 운도 갈고닦았다.

4. 카르마의 현대적 해석

산스크리트어로 '행동'이라는 뜻이다. 모든 행동에는 반작용이 있다. 좋은 행동을 하면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는 게 원래 의미다. 종교적으로 보면 전생과 내생까지 이어지는 개념이지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매일 작은 선행을 쌓는다. 누군가를 돕는다. 감사 인사를 한다. 그러면 그 사람들 중 일부가 나중에 도움을 준다. 관계의 복리 이자다. 오타니가 쓰레기를 줍고, 심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고, 볼보이에게 공을 받으면서 인사하는 것. 이게 다 카르마 축적이다.


공통점

이 모든 개념의 공통점은 하나다. 운은 우연히 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표면적을 넓히고, 기회를 알아볼 눈을 키우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운이 쌓인다. 오타니는 그걸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다. 만다라트 계획표에 '운'이라는 항목을 만들고 64가지 실천 과제를 적었다. 그중 하나가 쓰레기 줍기였다.

토론토 팬들은 7차전에서 홈런 세 방 맞고 무너진 게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홈런들은 어쩌면 오타니가 10년 넘게 주워온 쓰레기들의 복리였는지도 모른다. 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 오랫동안 조용히 작업해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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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쓰레기를 줍고, 토론토는 월드시리즈를 놓쳤다

2025년 11월 2일. 토론토 로저스 센터. 월드시리즈 7차전이 열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32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시리즈 3승 2패. 홈에서 두 경기만 이기면 됐다. 그런데 결과는 참혹했다. 6차전도 지고, 7차전도 졌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5-4로 무너졌다. 경기 내용은 더 억울했다. 3회에 보 비셋이 오타니한테서 3점짜리 홈런을 쳤다.

문제를 풀지 마라

대부분의 성공 공식은 이렇게 시작한다. 문제를 찾아라. 해결책을 만들어라. 효율적으로 실행하라. 이 공식은 끝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끝났는데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 야마구치 슈는 일본의 컨설턴트다. 보스턴 컨설팅에서 일했다. 세스 고딘은 미국의 마케터다. 야후에 회사를 매각했고, 마케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거의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