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검색을 죽일 거라던 사람들

구글 AI 검색 기능 사용자가 20억 명을 넘었다는 뉴스를 보며 문득 떠오른 건, 작년 이맘때 레딧에서 본 댓글이었다. "이제 구글 망했다. ChatGPT만 쓰면 되는데 누가 검색해?"
그런데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AI가 답을 주는데도 사람들이 더 검색한다. 구글 발표로는 검색 인상이 49% 늘었다고 한다. AI가 "파리 여행 3박 4일 코스"를 완벽하게 알려줘도, 사람들은 또 검색한다. "파리 맛집", "파리 숨은 명소", "파리 여행 실패담".
답을 알고도 계속 질문하는 건 사람만의 특징인 것 같다. 연인에게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고 "아무거나"라는 답을 듣고도, 또 "정말 아무거나?" "치킨 어때?" "아니면 피자?"를 반복하는 것처럼.
AI 검색이 등장했을 때 전문가들은 "검색의 종말"을 예언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영화관을 죽일 거라던 예측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관에 더 자주 간다. 편리함이 욕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키운다.
구글이 똑똑해질수록 사람들의 질문도 교묘해진다. "AI Overview"가 정답을 주면, 이번엔 "실제로는 어떨까?"를 궁금해한다. 정보 과잉 시대의 아이러니다. 모든 걸 알 수 있는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결국 AI는 검색을 죽이는 게 아니라 검색의 형태를 바꿨다. 답을 찾는 검색에서 확신을 찾는 검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