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은 순간, 조직은 영원히


마키아벨리는 용병을 혐오했다.

군주론 12장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용병은 쓸모없고 위험하다. 용병에 기반한 국가는 결코 안정되지 않는다." 왜? 용병은 돈으로 산 충성이기 때문이다. 돈이 더 나오면 떠난다. 전쟁이 불리해지면 도망간다. 승리해도 문제다. 용병대장이 권력을 탐낸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딱 그랬다.

비잔틴 제국은 자체 군대가 없었다. 7천 명이 전부였는데, 그마저 절반은 외국인 용병이었다. 제노바 용병대장 주스티니아니가 핵심 전력이었다. 성벽 방어를 그가 맡았다. 오스만 총공격 날, 주스티니아니가 부상당했다. 그는 후퇴했다. 그를 따르던 병사들도 후퇴했다. 성벽에 구멍이 뚫렸다. 제국이 무너졌다.

마키아벨리의 진단
"용병대장이 유능하면 그는 당신을 위협한다. 무능하면 당신을 망하게 한다." 주스티니아니는 유능했다. 하지만 그의 유능함은 비잔틴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떠나자 유능함도 떠났다.

이건 5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기업을 보자. 핵심 역량을 아웃소싱한다. 개발을 외주 준다. 마케팅을 대행사에 맡긴다. 영업을 파트너사에 의존한다. 당장은 효율적이다. 고정비가 줄어든다. 전문가를 빌려 쓴다. 빠르다. 싸다. 합리적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외주 개발사가 다른 프로젝트로 떠난다. 대행사가 경쟁사 물량을 받는다. 파트너사가 조건을 바꾼다. 그때 깨닫는다. 우리 회사에 남은 게 없다는 걸.


마키아벨리가 용병 대신 추천한 건 시민군이었다.

로마가 왜 강했는가. 로마 시민이 직접 싸웠기 때문이다. 자기 땅, 자기 가족, 자기 공화국을 위해 싸웠다. 돈 받고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지지 않았다. 져도 다시 일어났다. 한니발이 10년간 이탈리아를 휩쓸어도 로마는 버텼다. 시민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핵심 역량은 내부에 있어야 한다. 느리더라도 키워야 한다. 비싸더라도 보유해야 한다. 그게 경쟁력이다. 아웃소싱은 비핵심에만 써야 한다. 핵심을 아웃소싱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그 사업의 주인이 아니다.

핵심 질문
"만약 이 외부 파트너가 내일 사라지면, 우리 회사는 돌아가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당신은 이미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비잔틴의 진짜 실패는 1453년이 아니었다.

수백 년 전부터 군대를 해체했다. 비용이 들어서. 귀찮아서. 외교로 해결하면 되니까. 용병을 쓰면 되니까. 그렇게 조금씩 핵심을 내줬다. 오스만이 쳐들어왔을 때 비잔틴에는 남은 게 없었다. 돈도 없었고, 군대도 없었고, 동맹도 없었다.

천 년 제국이 53일 만에 무너진 이유다.

아웃소싱은 순간의 해결책이다. 조직 역량은 영원한 자산이다. 마키아벨리가 500년 전에 했던 말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다. 빌려 쓰는 건 언젠가 돌려줘야 한다. 내 것만 남는다.

핵심은 빌리는 게 아니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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