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쓰레기를 줍고, 토론토는 월드시리즈를 놓쳤다

2025년 11월 2일. 토론토 로저스 센터. 월드시리즈 7차전이 열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32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시리즈 3승 2패. 홈에서 두 경기만 이기면 됐다. 그런데 결과는 참혹했다. 6차전도 지고, 7차전도 졌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5-4로 무너졌다.

경기 내용은 더 억울했다. 3회에 보 비셋이 오타니한테서 3점짜리 홈런을 쳤다. 오타니는 선발 등판했으나 2⅓이닝 만에 3실점으로 강판당했다. 토론토가 완벽하게 앞서나갔다. 그런데 8회에 먼시가 솔로홈런을 쳤다. 9회에 로하스가 또 솔로홈런을 쳤다. 연장 11회에 윌 스미스가 결승 홈런을 쳤다. 경기 막판에 터진 홈런 세 방. 다 잡은 우승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야마모토의 괴물 같은 투혼
6차전에서 96구를 던진 야마모토가 7차전 9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하루 휴식도 없이. 그는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승리투수가 됐다. 월드시리즈 MVP까지 가져갔다. 4650억 계약의 값어치를 톡톡히 증명했다.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 경기는 "토론토 억까 7차전"으로 불린다. 억까라는 건 억지로 불리하게 당했다는 뜻이다. 3점 앞서다가 홈런 세 방에 뒤집힌 것. 32년 만의 우승 문턱에서 무너진 것. 이게 다 "오타니가 쓰레기를 주워서 모은 행운"이라는 농담이 돌았다.

오타니 쇼헤이에게는 유명한 습관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쓰레기를 보면 무조건 줍는다.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직접 밝힌 이유는 이렇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겁니다." 실제로 그는 고등학교 때 '만다라트 계획표'라는 걸 만들었다. 8구단 드래프트 1순위가 목표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64가지 실천 항목을 적어놨다. 그중 '운' 항목에는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심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기가 들어 있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 '운' 항목
인사하기 / 쓰레기 줍기 / 청소 / 심판을 대하는 태도 / 책 읽기
운도 노력해서 얻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7차전에서 오타니는 선발 투수로 부진했다. 하지만 타석에서는 두 차례 안타를 쳤다. 팀이 위기일 때 버텼다. 결국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토론토 팬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6차전까지 우리가 이기고 있었는데. 7차전 3회까지 우리가 앞서고 있었는데. 근데 마지막에 홈런 세 방?

누군가는 이걸 야구의 잔인함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오타니의 행운이라 부른다. 오타니 본인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쓰레기를 충분히 주웠기 때문이라고. 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모으는 것이라고.

토론토는 2026년 시즌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FA 영입에 나섰다. 카일 터커와 보 비셋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 8840억 원 규모다. 다저스를 이기려면 그 정도는 써야 한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 연장 11회에 터지는 결승 홈런 같은 것. 그건 아마 오타니가 그라운드에서 주운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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