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GPP와 SPP가 있다

운동에는 GPP와 SPP가 있다. 기초 체력과 종목별 전문 기술. 농구 선수가 축구로 전향해도 기초 체력은 그대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SPP는 도메인 지식이다. 마케터가 구글 애즈에서 메타 광고로 옮기면 다시 배운다. 개발자가 자바에서 파이썬으로. 디자이너가 포토샵에서 피그마로.
GPP는 다르다. 이메일 쓰는 법. 자료 정리하는 법. 질문하는 법. 시간 지키는 법.
링크드인을 보면 재밌는 패턴이 있다. 경력은 화려한데 함께 일하면 힘든 사람들. 도메인 지식은 많은데 기본이 없다.
메일 한 통에 요점이 없다. 회의 때마다 시간이 늘어진다. 자료는 많이 만드는데 핵심이 안 보인다.
반대도 있다. 경력은 짧은데 일이 술술 풀리는 사람들. 처음 하는 일인데도 빠르게 적응한다. 모르는 걸 물어도 질문이 명확하다.
차이가 뭘까.
인스타그램에 "직장인 필수 스킬" 검색하면 죄다 SPP다. 엑셀 함수, 파이썬 기초, PPT 템플릿.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들.
아무도 이런 걸 안 가르친다. 복잡한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하는 법. 모르는 걸 빠르게 파악하는 법. 다른 사람 시간을 아끼는 법.
신입 때는 SPP가 전부다. 뭘 할 줄 아는지가 곧 실력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다. 회사가 바뀌면 툴이 바뀐다. 산업이 바뀌면 지식이 바뀐다. 유행이 바뀌면 스킬이 바뀐다.
GPP만 남는다.
레딧에서 본 댓글이 있다. "10년 경력이 있는 게 아니라, 1년 경력을 10번 반복한 거다."
SPP만 쌓은 사람들의 운명이다.
기초 체력 없는 운동선수가 종목을 바꾸면 부상당한다.
기초 역량 없는 직장인이 회사를 옮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