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P, 호들갑 사이에서

MCP, 호들갑 사이에서

2024년 11월에 MCP가 나왔다. 테크 커뮤니티는 떠들썩했다. Hacker News 1위 올랐고, 개발자들 트위터(이제 X)에서 실험 결과 올렸다.

근데 같은 시기에 GPT-5 루머가 돌았고, Gemini가 업데이트됐고, 새 AI 모델이 또 나왔다. MCP 얘기는 금방 묻혔다.

신기술이 쏟아지는 시대다. 매주 새 모델, 매달 새 벤치마크. "프로토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섹시하지 않다.

근데 이게 더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능 vs 연결

모델이 좋아지는 건 점진적이다. GPT-4에서 5로 가면 벤치마크 몇 퍼센트 오른다. 인상적이긴 한데, 그게 다다.

MCP는 다르다. AI가 실제로 뭔가를 하게 만든다. 대화만 하던 애가 파일 읽고, 데이터베이스 건드리고, API 호출한다. 조언자에서 실행자로.

유튜브 댓글창에서 "AI가 내 숙제 대신 해줬어요" 같은 소리 많이 봤을 거다. 근데 그건 복붙한 거다. MCP는 AI가 직접 파일 열어서 제출하는 것까지 한다는 얘기다.

시장 전망은 희망 섞여 있다. 2025년 45억 달러 규모라는데, 이런 숫자는 언제나 실제보다 크다. "2025년 말까지 90% 조직이 쓸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현장은 다르다.

크롬이 한 것

크롬이 브라우저 장악한 이유는 간단했다. 빨랐고, 확장 프로그램 깔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웹 쓸 수 있게 해줬다.

MCP가 노리는 건 비슷하다. 앱 쓰는 방식의 표준이 되는 것.

지금까지:

앱 열기 → 메뉴 찾기 → 버튼 클릭 → 폼 작성

MCP 이후:

AI한테 말하기 → 끝

"지난달 매출 보여줘"라고 하면 데이터베이스 뒤져서 정리된 결과 준다. "재고 부족한 거 자동 주문해줘"라고 하면 알아서 한다.

이게 CRUD의 미래다. Create, Read, Update, Delete를 자연어로 하는 것.

절반도 못한다

Salesforce AI Research가 231개 작업으로 테스트했다. 가장 발전된 모델도 성공률 43.7%. 절반도 제대로 못한다.

위치 찾기나 저장소 관리는 35% 미만. 금융 분석도 50% 신뢰도. 업무에 쓰기엔 멀었다.

보안은 더 골치다. 2025년 4월에 툴 포이즈닝 취약점이 발견됐다. 악의적 명령 넣으면 AI가 사람은 모르게 이상한 짓 한다. 1일차엔 안전해 보이던 툴이 7일차엔 조용히 API 키를 빼돌린다.

프롬프트 인젝션은 오래된 문제다. 2년 반 동안 해결 안 됐다. MCP가 이걸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못 쓴다. SOC 2, PCI DSS 인증 없으면 감사자한테 적신호다. 세밀한 권한 관리도 안 되고, 감사 로그도 부족하다.

OAuth 표준 따르라는데 권한 서버들이 구현 안 해놨다. 표준화가 목표였는데 실제론 구현마다 다르다.

자연어의 환상

"자연어로 모든 걸 하는 미래"는 반복되는 환상이다. Siri 나왔을 때도, Alexa 나왔을 때도, ChatGPT 나왔을 때도.

Julian Lehr는 이렇게 썼다. "왜 원하는 행동을 자연어로 설명해야 하나? 그냥 버튼 누르면 되는데. 그냥 버터 좀 건네달라고."

"엑셀에서 A1부터 Z100까지 선택해서 평균 내고 B열에 넣어줘"보다 마우스로 드래그하고 평균 클릭이 빠르다.

입력 방식이 한 발짝 뒤로 간 것이다.

대체가 아닌 보완

크롬이 모든 앱을 없앤 건 아니다. 웹 쓰는 법을 바꿨을 뿐이다. 여전히 네이티브 앱 있고, 데스크톱 프로그램 있다.

MCP도 마찬가지일 거다.

복잡한 작업, 반복 작업, 여러 시스템 엮는 작업. "이벤트 테이블 각 행마다 이슈 만들어줘" 같은 거. 이런 데서 빛난다.

단순한 작업? 그냥 버튼이 빠르다.

인터페이스의 미래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맥락에 따라 섞이는 것일 수 있다. 간단한 건 클릭, 복잡한 건 대화, 정교한 건 직접 코딩.

a16z는 "제대로 하면 MCP가 AI와 툴 간 상호작용의 기본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제대로 하면"이라는 단서가 있다.

통합 마켓플레이스 나올까? 인증 매끄러워질까? 올해가 중요하다.

지금 MCP는 개발자 장난감 수준이다. 2년 후엔? 5년 후엔?

MCP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중요한 조각이긴 한데, 전체 그림은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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