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있다면 플랫폼을 고르세요

인터넷 블로그가 만사가 아니다.
대면이 있고, 교육이 있고, 유료 멤버십이 있다. 프로덕트 마켓 핏만큼이나 콘텐츠-포맷-플랫폼 핏이 중요하다.
상위 1%를 위한 고급 정보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는 순간, 아무도 찾지 않는다. 찾는다 해도 가치가 떨어진다.
미슐랭 3스타를 편의점에서
훌륭한 요리를 잘못된 장소에서 파는 꼴이다.
전문성 높은 투자 분석을 개인 블로그에 무료로 풀면, 그 순간 '공짜 정보' 취급받는다. 같은 내용을 프리미엄 뉴스레터로 유료 제공하면 전문가 조언이 된다.
장소가 내용의 품격을 정한다.
플랫폼마다 다른 기대치
유튜브에서는 10분 안에 결론을 원한다. 브런치에서는 사색의 여백을 기대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장의 임팩트를 찾는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응이 나온다.
세미나장에서 하면 전문가 강연이고, 카페에서 하면 수다가 되고, 블로그에서 하면 정보가 된다.
고급 정보의 딜레마
정말 좋은 정보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플랫폼을 골라야 한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가 원하는 건 '맛집 추천'과 '육아 팁'이다. 여기에 전문적인 시장 분석을 올리면,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는 격이다.
찾지도 않을뿐더러, 찾는다 해도 '그냥 블로거 의견' 정도로 여겨진다.
포맷이 메시지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60년대에 이미 답을 줬다. "미디어가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
뭘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어디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PDF로 배포하면 보고서처럼 보이고, 이메일로 보내면 뉴스레터 같고, 대면으로 전달하면 컨설팅이 된다. 내용은 똑같아도.
그런데 이 교수님, 정작 본인은 학술서를 어렵게 썼다.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왜 그렇게 어렵게 쓰셨는지. 다이어트 책을 두껍게 만드는 격이다.
플랫폼이 가치를 결정한다
맥루한은 미디어를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으로 나눴다. 책처럼 정보가 꽉 찬 건 뜨겁고, TV처럼 참여가 필요한 건 차갑다고.
지금으로 치면 이렇다. 유튜브는 뜨거워서 10분 안에 결론을 줘야 하고, 브런치는 차가워서 독자가 의미를 채워 넣을 여백이 필요하다.
같은 사진도 인스타에 올리면 작품이 되고, 카톡 프사로 쓰면 그냥 사진이다. 플랫폼이 콘텐츠의 격을 결정한다.
적재적소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그 다음은 어디에 둘지 고민할 차례다.
모든 채널에 뿌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타겟 독자가 있는 곳, 그들이 기대하는 포맷, 적절한 가격 정책까지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무료보다 유료가, 블로그보다 대면이 답인 경우가 있다.
맥루한의 말을 2025년 버전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어디에 올리느냐가 뭘 올리느냐보다 중요하다."
콘텐츠가 있다면 플랫폼을 고르자.
미슐랭 3스타 요리를 편의점에서 팔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