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시작한다면 첫 네비게이션

마케팅을 시작한다면 첫 네비게이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케팅을 시작할 때 전술부터 고민한다. 페이스북 광고를 돌릴까, 인스타그램 릴스를 만들까, SEO를 먼저 할까. 이건 지도 없이 운전대부터 잡는 것과 같다. 방향을 모르는데 속도를 내봐야 소용없다.

진짜 문제는 전술이 아니다. 구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마케팅에는 5개의 층위가 있다. 전략, 광고, SEO, 고객 관계, 자동화. 이 순서는 임의적이지 않다. 각 층위는 서로를 지탱한다. 전략 없는 광고는 돈 낭비고, SEO 없는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고, 자동화 없는 확장은 과로로 끝난다.


첫 번째 층위: 전략

전략이 없으면 모든 게 임시방편이 된다.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면 광고 타겟팅은 추측일 뿐이다. 핵심 가치가 정리되지 않으면 콘텐츠는 일관성을 잃는다. 고객 여정을 모르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알 수 없다.

출발점은 간단하다.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 된다.

첫째, 누구에게 팔 것인가. 이게 페르소나다. 30대 직장인, 소상공인, B2B 구매 담당자. 구체적일수록 좋다. 애매하면 모든 게 애매해진다.

둘째, 왜 그들은 사야 하는가. 이게 가치 제안이다. 경쟁자와 뭐가 다른가. 더 빠른가, 더 저렴한가, 더 편한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고객도 이해 못 한다.

셋째, 어떤 여정을 거치는가. 처음 브랜드를 알고, 관심을 갖고, 비교하고, 구매하고, 재구매한다. 각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가 다르다. 인지 단계에서는 교육이 필요하고, 고려 단계에서는 비교 자료가 필요하고, 구매 직전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는 X한 사람들에게 Y를 제공한다." 이 문장이 명확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의미 없다.

폴 그레이엄은 "좋은 디자인은 간단하다"고 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퍼널과 화려한 캠페인 이전에, 명확한 한 문장이 필요하다. 이게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두 번째 층위: 유료 광고

전략이 섰다면 이제 실행이다. 유료 광고는 가장 빠른 트래픽 확보 수단이다. 돈을 넣으면 사람이 온다. 하지만 여기서 대부분 무너진다.

Meta 광고 계정을 만들다가 픽셀 설치에서 막힌다. Google Ads를 시작했지만 전환 추적이 안 된다. TikTok 캠페인을 돌렸는데 결과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 기술적 설정이 완벽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엉망이 된다. 데이터가 엉망이면 최적화할 수 없다.

광고 플랫폼마다 다른 논리가 있다. Meta는 소셜 맥락에서 작동한다. 친구가 좋아요 누른 브랜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본 광고. Google은 의도에서 작동한다. 검색어에 답하는 광고가 이긴다. TikTok은 오락성에서 작동한다. 3초 안에 시선을 잡지 못하면 스크롤된다.

타겟팅도 다르다. Meta는 관심사, 행동, 인구통계로 좁힌다. Google은 키워드와 의도로 거른다. TikTok은 초반에 넓게 뿌리고 알고리즘이 학습하길 기다린다.

캠페인 구조도 중요하다. 너무 많은 광고 세트를 만들면 예산이 분산된다. 너무 적으면 데이터가 부족하다. 크리에이티브를 자주 바꾸면 학습이 리셋된다. 너무 오래 돌리면 광고 피로도가 온다.

정확한 실행은 창의성의 전제조건이다. 기술적 설정이 완벽해야 콘텐츠 실험이 의미를 갖는다.

세 번째 층위: SEO

광고는 즉각적이다. 돈을 넣으면 트래픽이 나온다. 하지만 광고를 멈추면 트래픽도 멈춘다. SEO는 다르다. 시간이 걸리지만 복리로 쌓인다.

SEO는 4개 축으로 움직인다. 키워드 연구, 온페이지 최적화, 기술적 SEO, 백링크 전략. 하나만 잘해도 안 된다. 네 개가 맞물려야 순위가 오른다.

키워드 연구는 수요 파악이다. 사람들이 뭘 검색하는가. 경쟁은 얼마나 심한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롱테일을 노려야 한다. "마케팅"으로는 못 이긴다. "소상공인을 위한 저예산 마케팅 전략"은 이길 수 있다.

온페이지 최적화는 콘텐츠 구조다. 제목에 키워드가 들어가는가. 본문이 검색 의도에 답하는가. 내부 링크가 잘 연결됐는가. 이미지에 alt 텍스트가 있는가. 세부 사항이 쌓여서 순위를 만든다.

기술적 SEO는 사이트 건강이다. 로딩 속도, 모바일 최적화, 크롤링 가능성, 구조화된 데이터. 구글은 빠르고 깨끗한 사이트를 선호한다. 느리고 복잡하면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밀린다.

백링크는 신뢰의 증거다. 다른 사이트가 우리를 링크한다는 건 우리 콘텐츠가 가치 있다는 뜻이다. 백링크가 많을수록, 권위 있는 사이트에서 올수록 순위가 오른다.

SEO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내에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데이터를 추적하고, 개선점을 찾고, 다시 최적화한다. 이 사이클이 SEO의 본질이다.


네 번째 층위: 고객 관계

트래픽이 들어왔다고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방문자를 리드로 전환하고, 리드를 고객으로 육성하고, 고객을 옹호자로 만드는 과정. 이게 진짜 마케팅이다.

첫 접점이 중요하다. 환영 이메일 시리즈는 기대를 설정한다. 첫 이메일은 "당신이 올바른 곳에 왔다"고 확인시킨다. 두 번째는 즉각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무료 가이드, 체크리스트, 케이스 스터디. 세 번째는 다음 행동을 유도한다. 상담 예약, 제품 체험, 커뮤니티 가입.

이메일 마케팅은 관계의 도구다.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대화다. 세그먼트별로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신규 구독자에게는 교육 콘텐츠, 고려 중인 리드에게는 비교 자료, 기존 고객에게는 심화 팁.

리뷰 관리도 관계의 일부다. 긍정적 리뷰는 활용하고, 부정적 리뷰는 전문적으로 대응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상황이 악화된다. 스크립트가 있으면 일관되고 건설적인 답변이 나온다.

A/B 테스트는 개선의 도구다. 제목을 바꿔본다. CTA 문구를 바꿔본다. 이미지를 바꿔본다. 추측 대신 데이터로 결정한다. 작은 개선이 쌓여서 전환율을 바꾼다.

고객 피드백 설문조사는 방향 조정의 도구다. 무엇이 좋았나. 무엇이 부족했나. 다음에는 무엇을 원하나. 고객의 말을 듣지 않으면 시장과 멀어진다.

고객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매 접점마다 의도가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 층위: 자동화

마케팅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업무량이 폭발한다. 광고를 관리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리포트를 만들고, 고객 문의에 답한다.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더 많이 일하거나, 시스템을 만들거나.

자동화의 시작은 문서화다. 반복되는 모든 작업을 SOP로 만든다. 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 운영 절차. 단계별로 쪼개고, 스크린샷을 찍고, 체크리스트로 정리한다. SOP가 있으면 위임할 수 있다. 위임할 수 있으면 시간이 생긴다.

CRM은 자동화의 엔진이다. 단순한 연락처 관리 도구가 아니다. 마케팅 워크플로우 전체를 자동화하는 플랫폼이다. 리드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이메일이 발송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후속 메시지가 간다. 특정 행동을 하면 세그먼트가 바뀐다. 이 모든 게 사람 손 없이 돌아간다.

자동화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소셜 미디어 포스팅, 이메일 시퀀스, 리드 스코어링, 리포트 생성, 고객 온보딩. 처음에는 수동으로 하되, 패턴이 보이면 즉시 자동화한다.

클라이언트 온보딩은 자동화의 전형이다. 매번 같은 절차를 밟는다. 계약서 발송, 계정 생성, 초기 설정, 킥오프 미팅 일정 조율. 이 모든 걸 수동으로 하면 시간이 녹는다. 템플릿으로 고정하고, 가능하면 자동화한다.

시간은 한정됐다. 반복 작업에 쓰면 전략에 쓸 시간이 없다. 자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확장하려면 시스템이 혼자 돌아가야 한다.


시작을 위한 SOP 목록

이제 실전이다. 마케팅 스켈레톤의 5개 층위를 실행하려면 구체적인 SOP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걸 만들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전략 단계에서 필요한 SOP:

  • 고객 페르소나 작성 프로세스 (인터뷰 질문, 데이터 분석 방법, 문서화 양식)
  • 경쟁사 분석 체크리스트 (어떤 요소를 보고, 어떻게 기록하고,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 가치 제안 작성 워크플로우 (고객 문제 식별, 솔루션 정의, 차별점 도출)
  • 고객 여정 맵 생성 프로세스 (단계 정의, 터치포인트 식별, 콘텐츠 매핑)

광고 단계에서 필요한 SOP:

  • Meta 광고 계정 초기 설정 (비즈니스 매니저, 픽셀 설치, 도메인 인증)
  • Google Ads 계정 생성 및 전환 추적 설정
  • 광고 캠페인 구조 설계 프로세스 (캠페인-광고세트-광고 계층 구성)
  • 광고 크리에이티브 제작 체크리스트 (이미지 규격, 텍스트 길이, CTA 선택)
  • 광고 성과 리포트 작성 루틴 (주간/월간, 어떤 지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Meta 픽셀 이벤트 설정 및 테스트 방법
  • TikTok 광고 계정 생성 및 픽셀 설치
  • 광고 예산 배분 및 입찰 전략 수립 프로세스

SEO 단계에서 필요한 SOP:

  • 키워드 리서치 프로세스 (도구 사용법, 키워드 선정 기준, 우선순위 매기기)
  • 온페이지 SEO 체크리스트 (제목 태그, 메타 설명, 헤딩 구조, 내부 링크)
  • 기술적 SEO 감사 절차 (사이트 속도, 모바일 최적화, 크롤링 오류 확인)
  • 백링크 확보 전략 및 아웃리치 템플릿
  • Google Search Console 설정 및 모니터링
  • WordPress 속도 최적화 단계별 가이드
  • 구조화된 데이터(Schema) 추가 방법
  • 로컬 SEO 최적화 프로세스 (Google 비즈니스 프로필 설정 포함)

고객 관계 단계에서 필요한 SOP:

  • 환영 이메일 시리즈 작성 템플릿 (제목, 본문, CTA 구조)
  • 이메일 세그먼트 생성 및 관리 프로세스
  • 리뷰 요청 및 관리 프로세스 (타이밍, 템플릿, 대응 스크립트)
  • 부정적 리뷰 대응 스크립트 및 에스컬레이션 기준
  • A/B 테스트 계획 및 실행 프로세스 (가설 수립, 테스트 설계, 결과 분석)
  • 고객 피드백 설문조사 설계 및 분석
  • 랜딩 페이지 최적화 체크리스트
  • 리드 스코어링 기준 설정 및 업데이트 프로세스

자동화 단계에서 필요한 SOP:

  • SOP 작성 SOP (메타 문서: 어떻게 SOP를 만들 것인가)
  • CRM 초기 설정 및 커스터마이징 (파이프라인, 필드, 워크플로우)
  • 이메일 자동화 워크플로우 구축 (트리거, 조건, 액션 설정)
  • 가상 비서/팀원에게 SOP 위임 프로세스 (교육, 체크, 피드백)
  • 클라이언트 온보딩 자동화 체크리스트
  • 소셜 미디어 콘텐츠 스케줄링 프로세스
  • 주간/월간 성과 리포트 자동 생성 설정
  • 리드 육성 이메일 시퀀스 설정 및 최적화
  • Zapier/n8n 등 자동화 도구 연결 프로세스

네비게이션의 본질

마케팅은 지도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5개 층위는 그 지도다. 전략이 먼저고, 광고가 그다음이고, SEO가 기반을 다지고, 고객 관계가 전환을 만들고, 자동화가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에 대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마케팅도 비슷하다. 진짜 문제는 전술이 부족한 게 아니다. 어떤 전술을 언제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다.

위에 나열한 SOP들은 출발점이다. 모든 걸 한 번에 만들 필요는 없다. 지금 막힌 곳부터 시작하면 된다. 광고를 돌릴 거면 광고 설정 SOP부터. SEO를 시작할 거면 키워드 리서치부터. 이메일 마케팅을 할 거면 환영 시리즈부터.

하나씩 만들다 보면 시스템이 생긴다. 시스템이 있으면 반복할 수 있다. 반복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다. 개선할 수 있으면 확장할 수 있다. 확장할 수 있으면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

악보는 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악보 없이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없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구조가 먼저고, 실행은 그다음이다. 첫 네비게이션을 제대로 잡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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