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rt Bear 같은 에세이 사이트를 찾고 있다면

창업자들이 읽을 만한 글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뉴스 사이트를 알려준다. TechCrunch. The Verge. 한국이라면 아웃스탠딩이나 ByLine.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뉴스는 뉴스다. 오늘 읽고 내일 잊는다. 1년 뒤에 다시 읽을 일이 없다.

내가 찾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글. 비즈니스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 한 번 읽으면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는 글. 그런 글을 쓰는 사이트가 분명히 있다.

A Smart Bear가 그랬다. Jason Cohen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스타트업 마케팅, 프로덕트 전략, 창업자 마인드셋에 관한 장문의 에세이를 올린다. 한 편에 3,000~5,000단어. 읽는 데 20분이 걸린다. 하지만 그 20분이 아깝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글은 "어떻게"만 말하지 않는다. "왜"를 설명한다. 원리를 알려준다.

그래서 찾아봤다. A Smart Bear 같은 사이트가 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꽤 있다.


Paul Graham Essays

Y Combinator 창업자. 스타트업 에세이의 원조다. "How to Start a Startup", "Maker's Schedule", "Do Things That Don't Scale" 같은 글들이 유명하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스타트업 에세이이기도 하다.

Paul Graham의 글은 철학적이면서 실용적이다. 추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끝난다. 한 편당 20~30분이 걸린다. 업데이트는 느리다. 1년에 몇 편 안 올라온다. 하지만 아카이브만으로도 1년치 읽을거리가 된다.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 2005년에 쓴 글이 2025년에도 유효하다.


Stratechery

Ben Thompson이 운영한다. 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분석하는 글이 핵심이다. Apple이 왜 저 결정을 했는지. Google의 검색 독점이 왜 무너지기 어려운지. Meta가 메타버스에 올인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그런 걸 설명한다.

📌 유료 구독 모델로 유명해진 1인 미디어의 대명사다. 연 $120. 하지만 무료로 공개되는 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테크 업계 종사자라면 필독.

Ben Thompson의 강점은 프레임워크다. Aggregation Theory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설명했다. 한 번 이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면, 테크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뉴스가 아니라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Andrew Chen

a16z(Andreessen Horowitz) 파트너다. 그로스 해킹, 네트워크 이펙트, 마켓플레이스 전략의 바이블 같은 곳이다. "The Cold Start Problem" 저자이기도 하다.

Andrew Chen의 글은 실무 가이드 수준이다. 이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된다"까지 간다.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 있다면, 그의 블로그에서 시작해라. 28 ways to grow supply in a marketplace 같은 글은 한 편이 책 한 챕터 분량이다.


Lenny's Newsletter

전 Airbnb 프로덕트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를 위한 뉴스레터인데, 에세이 퀄리티가 압도적이다.

Lenny Rachitsky의 강점은 리서치다. "How the biggest consumer apps got their first 1,000 users"라는 글이 있다. 직접 창업자들에게 연락해서 물어봤다. 실제 사례를 수집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라고 한다"가 아니라 "~가 이렇게 했다"가 나온다.

2019년에 무료로 시작했다. 2020년에 유료 전환했다. 지금은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다. 4년 동안 매주 글을 썼다. 복리의 힘이다.


First Round Review

First Round Capital이 운영하는 블로그다. VC 회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치고 이례적으로 실용적이다. 왜냐하면 이론이 아니라 사례를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자 인터뷰가 중심이다. "우리 회사에 투자하세요"가 아니라 "이 창업자가 이 문제를 이렇게 풀었습니다"를 말한다. 추상적인 이야기보다 구체적인 사례.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Seth Godin Blog

마케팅 에세이의 거장이다. 19권의 책을 썼다. "Purple Cow", "This is Marketing" 같은 책이 유명하다.

Seth Godin의 블로그는 독특하다. 매일 글을 올린다. 한 편에 1~2분이면 읽는다. 300단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밀도가 높다. 군더더기가 없다. 문장의 효율이 극한에 달한다. 매일 영감이 필요하면 구독해라.


Farnam Street

Shane Parrish가 운영한다. 멘탈 모델, 의사결정, 학습법에 관한 글이 핵심이다.

📌 Charlie Munger 스타일의 다학제적 사고를 추구한다. 마케팅보다는 경영/리더십/사고법 쪽이다.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관심 있다면 여기서 시작해라.

Farnam Street의 글은 한 주제를 깊이 판다. 인버전(Inversion), 서클 오브 컴피턴스(Circle of Competence), 세컨드 오더 씽킹(Second-Order Thinking) 같은 개념들. 한 번 배우면 평생 쓴다.


Fred Wilson - AVC

Union Square Ventures 창업자다. 2003년부터 매일 글을 쓰고 있다. 20년이 넘었다.

Fred Wilson의 블로그는 VC 관점에서 본 스타트업, 기술, 투자 이야기다. 현직 VC가 20년 넘게 써온 아카이브 자체가 자산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뭘 생각했는지. 2020년 코로나 때 어떤 판단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Intercom Blog

SaaS 회사 Intercom이 운영한다. 회사 블로그치고 이례적으로 콘텐츠 퀄리티가 높다. 왜냐하면 회사 홍보보다 진짜 인사이트가 더 많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고객 성공, 스타트업 성장에 관한 에세이가 쏠쏠하다. 특히 B2B SaaS를 만들고 있다면 참고할 내용이 많다.


Signal v. Noise

Basecamp(구 37signals) 팀 블로그다. Jason Fried와 DHH가 쓴다.

이 블로그의 특징은 반실리콘밸리적 관점이다. "빠르게 성장하라"가 아니라 "천천히 오래 가라"를 말한다. "투자 받아라"가 아니라 "수익을 내라"를 말한다. 유니콘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신선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A Smart Bear와 가장 비슷한 건 Andrew Chen과 Paul Graham이다. 장문의 실무 에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원리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실행 방법까지 알려준다.

전략 분석 쪽이 궁금하면 Stratechery.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면 Lenny's Newsletter. 매일 짧은 영감이 필요하면 Seth Godin. 의사결정과 사고법이 궁금하면 Farnam Street.

뉴스는 오늘 읽고 내일 잊는다. 하지만 좋은 에세이는 1년 뒤에 다시 읽어도 새롭다. 5년 뒤에도 유효하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아카이브는 무료로 열려 있다. 읽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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