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하는 법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하는 법

스타트업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라는 질문만큼 답하기 어려운 게 없다.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정작 전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막막하다.

레스토랑 주방에는 모든 주문이 적힌 티켓이 걸려 있다. 바리스타 앞에는 대기 중인 음료 스티커가 줄지어 있다. 택배 기사님은 배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보이는 일은 관리할 수 있다.

회사의 제품팀은 다르다. 누가 데이터를 정리하는지, 누가 문서를 업데이트하는지, 누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는지 흐릿하다. 각자 알아서 하다 보니 겹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가시화의 첫 단계는 인정이다. 지금 당신이 '본업' 외에 하고 있는 그 일들이 사실은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틈틈이 정리하는 회의록, 짬짬이 만드는 템플릿, 급하게 공유하는 업데이트. 이것들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

두 번째는 기록이다. 일주일만 적어봐도 패턴이 보인다. 매번 비슷한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거나, 같은 정보를 여러 채널에 반복해서 올리고 있다거나.

세 번째는 숫자다. "소통이 안 돼요"가 아니라 "같은 정보를 평균 4번 다른 곳에 공유합니다"로. 막연한 불편함이 구체적인 비효율이 된다.

가시화가 주는 힘은 여기 있다. 보이지 않는 문제는 개인의 짜증이 되지만, 보이는 문제는 팀의 과제가 된다.

물론 불편할 수 있다. 가시화는 때로 민망한 진실을 드러낸다. 불필요한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거나, 중요한 일을 아무도 안 하고 있었다거나.

택시 미터기가 생기면서 요금이 투명해진 것처럼, 일도 보이기 시작하면 바뀔 수 있다.

가시화는 감시가 아니다.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