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권유

마케팅을 잘하려면 객관화가 필요하다. 내 상품을 고객 눈으로 봐야 한다. 근데 이게 안 된다. 왜? 내 상품이 예뻐 보이니까.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 시간과 돈이 들어갔으니까.

영포티도 마찬가지다. 연애시장에서 계속 미끄러진다. 왜?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니까. 30대 초반에 먹히던 전략을 그대로 쓴다. 유머 코드, 접근 방식, 대화 톤. 근데 상대방 눈에 보이는 건 40대 아저씨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인정하기 싫은 거다.

20대가 같은 행동을 하면 귀엽다. 30대가 하면 적극적이다. 40대가 하면 무겁다. 똑같은 메시지인데 발신자가 다르면 수신되는 느낌이 다르다.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전략을 안 바꾼다. 왜? 바꾸면 내가 늙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니까.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자기객관화의 실패. 그리고 그 뿌리에는 에고가 있다.

에고는 나를 보호한다.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직면하면 무너지니까, 에고가 방패를 친다. "아니야, 나 아직 괜찮아. 문제는 요즘 애들이 이상한 거야." 이게 자동으로 작동한다. 의식하기도 전에. 그래서 객관화가 안 되는 거다.

마케터가 내 상품 한계를 못 보는 것도, 영포티가 자기 시장가치를 못 보는 것도 같은 구조다. 에고가 현실을 가린다.


그럼 에고를 줄이면 되는 거 아닌가?

맞다. 일에서는 줄여야 한다. 연애시장에서도 줄여야 한다. 내 상품의 한계를 직시해야 하고, 내가 40대라는 사실을 전략에 반영해야 하고, 상대방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다.

에고는 줄이기만 하면 터진다.

사람은 어딘가에서 주인공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내가 잘하는 걸 펼치고, 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에고가 눌린 채로 압축되다가 엉뚱한 곳에서 폭발한다. 회의실에서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연인에게 괜한 시비를 걸거나, 온라인에서 이상한 논쟁을 시작한다.

일터에서 합리적이려면, 연애시장에서 객관적이려면, 그 에고가 갈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취미다.

취미의 진짜 쓸모는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다.

에고를 터뜨릴 수 있는 합법적인 영토를 확보하는 것.

혼자 하는 거라도 좋다. 작은 거라도 좋다. 돈이 안 되어도 좋다. 중요한 건 거기서 네가 주인공이라는 거다. 네가 룰을 정하고, 네가 성장을 느끼고, 네가 만족을 결정한다.

달리기를 해도 된다. 기록을 깨는 건 나다. 남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 글을 써도 된다. 조회수가 10이든 10만이든, 내 세계를 짓는 건 나다. 게임을 해도 된다. 랭크를 올리고 상대를 이기면서 에고가 충전된다.

이게 없으면 일터에서 에고를 내려놓기가 물리적으로 힘들다. 연애시장에서 객관적이 되기가 힘들다. 에고가 살 곳이 없으니까. 줄이려고 해도 줄여지지 않는다.


일에서는 에고를 줄여라. 연애에서는 객관적이 되라. 상대방 눈에 네가 어떻게 보이는지 직시하라.

대신, 따로 왕국을 세워라. 프로핏과 상관없이 네가 주인인 곳. 거기서 네 에고를 마음껏 터뜨려라.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 그래야 현실에서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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