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는 자가 이긴다
회의실에서 제일 목소리 큰 사람이 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완벽하고, 말끝마다 "시너지"와 "레버리지"가 붙는다. 상대방 이익은 안중에 없고 자기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지만 읊는다. 듣는 사람들 표정은 어떨까. 무의식적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반대편에는 조용히 커피 마시면서 "근데 이거 하시면 좀 귀찮으시겠네요"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하게 얘기가 잘 풀린다. 계약도 빨리 된다.
일은 대부분 제로썸이다. 내가 가져가면 네가 못 가져간다. 그래서 상대가 잔뜩 힘주고 프로핏 빨아먹을 기세로 들어오면, 몸이 먼저 방어모드로 전환된다. 머리가 아니라 본능이다. 뭔가 빼앗기겠다는 신호가 온 거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이걸 안다. 그래서 힘을 뺀다. 억지로 친절한 척하는 게 아니다. 진짜로 힘이 안 들어간다. 일이 생활이고, 숨쉬듯 하니까. "이제부터 일 모드" 같은 스위치가 없다. 그냥 살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산다. 경계가 없으니 긴장할 이유도 없다.
노자는 이걸 무위(無爲)라고 불렀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이 바위를 뚫는 건 힘으로 밀어서가 아니다. 그냥 계속 흐르니까 뚫린다.
힘주는 사람은 한 판 이길 수 있다. 힘 빼는 사람은 게임을 계속한다.
그 목소리 큰 사람, 다음 미팅에는 안 불린다. 본인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