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거창하게 하지 마라

엑셀 파일이 하나 돌았다. 120페이지짜리 대시보드였다. 피벗 테이블 14개, 차트 32개, 매크로까지 돌아간다. 근데 내용은? 월별 매출 합계 하나 보려고 만든 거였다. 계산기면 5분이다. 엑셀로 30분이다. 이 대시보드는 만드는 데 2주 걸렸다.

왜 이러나.

거창해 보이면 뭔가 잘한 것 같아서다. 복잡하면 전문가처럼 보여서다. 근데 업무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빠르게 끝났냐, 정확했냐, 다음 사람이 이해했냐로 판단한다. 당신의 엑셀 실력은 아무도 안 궁금하다.

좋은 업무는 남이 볼 때 쉬워 보인다.
나쁜 업무는 본인만 어렵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실장이 있었다. 매일 보고서를 만들었다. PPT 20장씩 만들었다. 그래프도 넣고 인사이트도 넣었다. 근데 정작 필요한 건 숫자 세 개였다. 매출, 비용, 이익. 나머지는 장식이었다. 보고받는 사람도 앞 3장만 보고 덮었다. 그 실장은 자기가 엄청 일한다고 생각했다. 맞다, 엄청 일했다. 근데 쓸데없이 일했다.


어떤 일은 계산기가 답이다. 어떤 일은 수기가 답이다. 어떤 일은 카톡 한 줄이 답이다. 근데 우리는 자꾸 도구부터 키운다. 노션 페이지 10개 만들고, 에어테이블 세팅하고, 자동화 플로우 구축한다. 정작 그 업무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거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거다. 체계적으로 보이고 싶은 거다. 그게 에고다.

일터에서 에고는 비용이다.
당신의 자존감 충족에 회사 시간이 들어간다.

제발 줄여라. 일은 단순할수록 좋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수록 좋다. 5분 만에 끝낼 수 있으면 5분 만에 끝내라. 30분짜리 회의로 만들지 마라. 3줄 메시지로 해결되면 문서 만들지 마라.


이런 말 하면 꼭 나온다. “그래도 체계는 필요하지 않냐”고. 맞다. 필요하다. 근데 체계와 복잡함은 다르다. 좋은 체계는 간단하다. 나쁜 체계는 거창하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시스템 만들겠다고 문서 정리했다. 폴더 구조 짰다. 템플릿 만들었다. 근데 안 썼다. 팀원들도 안 봤다. 복잡해서. 지금은? 구글시트 하나에 다 때려박는다. 매출, 비용, 마진율, 끝. 다들 본다. 다들 쓴다. 간단해서.

거창한 건 유지가 안 된다. 간단한 것만 남는다.


당신이 만든 걸 동료가 못 쓰면 쓰레기다. 당신이 없을 때 돌아가지 않으면 시스템이 아니다. 계산기로 되는 걸 엑셀로 하면 과시다. 엑셀로 되는 걸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낭비다.

일은 해결하려고 하는 거다. 뽐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에고 줄여라. 일 단순하게 해라. 그게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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