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과일과 터지는 거품

요즘 게임 광고 보면 다 비슷하다. 앞부분 5초는 과일 자르기, 블록 맞추기, 뭔가 압축하기. 게임이랑 상관없는 OSV(Oddly Satisfying Videos)로 시작한다.
처음 한두 개 봤을 땐 신선했다. 근데 이제는 모든 게임사가 똑같이 한다. 마치 2000년대 초 모든 웹사이트에 플래시 인트로가 있던 것처럼.
광고계의 양떼 효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대화를 상상해본다:
"경쟁사가 OSV 넣고 CTR이 올랐대요."
"우리도 넣죠."
"근데 우리 게임이랑 무슨 상관이..."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뒤처져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들 '있다고 하니까' 따라한다. 광고 에이전시는 이게 최신 트렌드라며 단가를 올린다. 게임사는 광고비를 더 쓴다.
거품의 징후
이런 현상을 보면 닷컴 버블이 생각난다. 그때도 다들 도메인에 'e-'만 붙이면 투자받았다. 실제 비즈니스 모델은 없어도 됐다. 남들이 하니까.
게임 업계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하이퍼캐주얼 게임들이 쏟아지고, 광고비는 늘어나는데 실제 재미있는 게임은 찾기 힘들다. OSV로 낚아서 설치하게 만들어도, 게임이 재미없으면 바로 지운다.
패턴의 아이러니
OSV는 반복 패턴으로 뇌를 속인다. 그런데 게임 업계도 똑같다. 성공 사례 하나 나오면 다들 복사한다. 배틀로얄 유행하면 다 배틀로얄, 방치형 유행하면 다 방치형.
어쩌면 OSV 광고는 게임 산업의 현재를 정확히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패턴만 있고 창의는 없는.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그때까지 우리는 계속 떨어지는 과일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