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유튜브에서 울면서 이별 얘기하는 영상을 봤다고 치자.
인지적 공감은 “아, 이 사람이 지금 많이 힘들구나. 헤어진 게 상처가 됐겠네”라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의 원인을 분석한다. 차가운 건 아니다. 그냥 한 걸음 떨어져서 본다.
정서적 공감은 화면 속 그 사람과 같이 울컥하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실제로 눈물이 날 것 같아진다. 타인의 감정이 내 몸으로 전염된다.
둘 다 공감이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카페에서 친구가 회사 상사 욕을 할 때도 그렇다. 인지적으로는 “상사가 불합리하게 구는구나, 친구가 스트레스받을 만하네”라고 이해한다. 정서적으로는 친구와 함께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쥔다.
인스타그램 댓글창이 더 극단적이다. 누군가 속상한 일을 올리면, 인지적 공감은 “힘들겠다”고 댓글 하나 남기고 끝이다. 정서적 공감은 그 사람을 위해 밤새 화를 내고 있다.
재밌는 건 둘 다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지적 공감만 있으면 냉정하고, 정서적 공감만 있으면 번아웃된다.
의사들이 인지적 공감을 더 쓰는 이유다. 환자의 고통을 매번 온몸으로 느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다. 대신 그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친구 관계에서는 정서적 공감이 더 중요하다. “너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안다”와 “너 지금 어떤 기분인지 느낀다”는 전혀 다르니까.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소리 지르는 건 정서적 공감이고, 그 다음 날 친구에게 “어제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되더라”고 말하는 건 인지적 공감이다.
둘 다 가짜가 될 수 있다. 인지적 공감은 “이해하는 척”으로, 정서적 공감은 “감동받은 척”으로 변질된다. 특히 SNS에서는 둘 다 퍼포먼스가 되기 쉽다.
그래서 진짜 공감이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가까우면 객관성을 잃고, 너무 멀면 진정성을 잃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이해하고 느끼기. 쉬워 보이지만 평생 연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