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피치, 혹은 정직한 거절권

Fay라는 회사 CEO가 면접에서 하는 말이 재밌다. "우리 회사에 오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늘어놓는다고 한다. 빠른 속도를 견디지 못한다면, 타이틀에 집착한다면, 편한 길만 찾는다면 오지 말라고.
보통 면접이라면 "성장하는 회사에서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로 시작한다. 뻔하다. 성장 안 하는 회사는 없고, 인재 싫어하는 회사도 없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데 "야근 많고 스트레스 심해요. 그래도 오시겠어요?"라고 물으면 다르다. 적어도 정직하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실제로 Fay 직원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면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었다. CEO가 나를 설득하는 대신 내가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들을 나열했다. 그 순간 확신했다."
역설적이다. 거절당할 확률을 높였는데 오히려 더 매력적이 됐다.
안티피치가 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확신이 있어야 거절할 수 있고, 정직해야 단점을 먼저 말할 수 있다. 그 확신과 정직함 자체가 브랜드가 된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계가 걸린 상황이라면 단점부터 말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선택권이 있을 때, 안티피치는 가장 강력한 필터다.
아무나 받아주는 회사보다, 까다롭게 고르는 회사가 더 매력적이다. 면접관이 "정말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오히려 "더 듣고 싶어요"라고 답하게 된다.
가끔 내 글도 "재미없으면 읽지 마세요"라고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