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능력
아침을 거르면 어지러운 사람이 있다. 점심까지 멀쩡한 사람도 있다. 왜일까. 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12시간을 버티고 누구는 3시간도 못 버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다르게 작동한다.
핵심은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이다. 이 단어는 거창해 보이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몸이 연료를 바꿔 쓸 줄 아느냐. 탄수화물이 없으면 지방을 태울 줄 아느냐. 그게 전부다. 잘 굶는 사람은 이 스위치가 빠르다. 아침을 거르면 몸은 즉시 지방을 꺼낸다. 에너지가 끊기지 않는다. 뇌도 멀쩡하다. 못 굶는 사람은 다르다. 탄수화물이 떨어지면 몸이 당황한다. 지방을 못 꺼낸다. 어지럽다. 짜증난다. 몸이 에너지 위기를 겪는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나. 미토콘드리아다. 세포 안의 발전소. 여기서 지방을 태운다. 건강한 사람은 미토콘드리아가 많고 효율적이다. 지방이 들어오면 즉시 처리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져 있다. 수가 적다. 기능이 떨어진다. 지방이 들어와도 제대로 못 태운다. 그래서 탄수화물에 의존한다. 탄수화물이 없으면 시스템이 마비된다.
세끼의 탄생
하루 세끼는 언제부터였나.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끼를 먹었다. 아침 늦게 한 끼, 저녁에 한 끼. 귀족들은 세끼를 먹었다. 그게 부의 상징이었다. 노동자들은 여유가 없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고 먹을 것도 없었다.
공장이 생기면서 달라졌다. 노동 시간이 길어졌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면 점심이 필요했다. 저녁까지 버틸 수 없었다. 회사 식당이 생겼다. 샌드위치가 유행했다. 빠르게 먹을 수 있었다. 세끼가 표준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광고가 나왔다. "아침은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식사입니다." 켈로그가 만든 문구다. 시리얼을 팔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 인류는 어떻게 살았나. 수렵채집인들은 불규칙하게 먹었다. 사냥에 성공하면 배불리 먹었다. 실패하면 하루 이틀 굶었다. 농경 사회도 비슷했다. 수확기에는 많이 먹었다. 겨울에는 적게 먹었다. 몸은 이런 변동에 적응했다. 지방을 저장했다가 꺼내 썼다. 생존 전략이었다.
현대인의 식사 패턴
세끼 + 간식 + 야식 = 하루 종일 먹는다. 인슐린이 내려갈 시간이 없다. 지방을 태울 기회가 없다. 몸은 탄수화물 모드에 고정된다.
스위치가 고장난다
문제는 빈도다. 하루 세끼는 괜찮다. 세끼 사이에 간격이 있으면 된다. 4~5시간. 그 사이 인슐린이 내려간다. 몸이 지방을 꺼낸다. 스위치가 작동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다르다. 세끼에 간식을 더한다. 아침 먹고 커피에 우유 넣는다. 점심 전에 간식 먹는다. 저녁 먹고 야식 먹는다. 자기 전에 과일 먹는다. 입에서 음식이 떠날 날이 없다.
인슐린이 계속 올라간다. 내려갈 시간이 없다. 세포는 인슐린 신호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악순환이다. 지방은 쌓인다. 미토콘드리아는 과부하에 걸린다. 지방 산화 능력이 떨어진다. 이제 몸은 탄수화물만 쓸 줄 안다. 지방을 쓰는 법을 잊어버린다.
이 상태에서 공복이 오면 몸이 당황한다. 탄수화물이 없다. 지방을 못 꺼낸다. 저혈당 증상이 온다. 떨린다. 어지럽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몸이 비상 신호를 보낸다. "당장 먹어!" 이게 못 굶는 이유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대사가 망가져서다.
다시 배우기
좋은 소식이 있다. 대사 유연성은 회복된다. 영구적인 손상이 아니다. 몸은 다시 배울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먹는 간격을 늘린다. 12시간부터 시작한다. 저녁 7시에 먹으면 아침 7시까지 굶는다. 처음엔 힘들다. 몸이 적응 안 됐으니까. 2주 정도 지나면 달라진다. 아침에 배가 안 고프다. 에너지가 있다. 몸이 지방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에 운동을 더한다. 공복 상태에서 저강도 운동을 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강도는 낮게. 최대 심박수의 60~70%. 대화하면서 할 수 있는 수준. 이게 Zone 2다. 이 강도에서 지방 산화율이 최대가 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자극받는다. 수가 늘어난다. 기능이 좋아진다. 몸은 지방을 태우는 법을 다시 배운다.
대사 재학습의 핵심
공복 12시간 + Zone 2 운동 = 미토콘드리아 복구 + 지방 산화 능력 회복. 이 조합이 대사 유연성을 되살린다.
3개월이면 체감한다. 공복이 편해진다. 점심을 늦게 먹어도 괜찮다. 에너지가 안정적이다. 기분도 좋다. 이제 몸은 두 연료를 자유롭게 쓴다. 탄수화물도 쓴다. 지방도 쓴다. 상황에 맞게 전환한다. 이게 원래 설계다. 이게 건강한 상태다.
잊혀진 능력
우리 조상들은 모두 잘 굶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굶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다. 겨울을 못 넘겼다. 진화가 이 능력을 새겨 넣었다. 우리 유전자에 들어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이 능력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다. 음식이 넘친다.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잊어버렸다. 굶는 법을. 지방을 태우는 법을. 몸이 가진 예비 시스템을. 이건 퇴화가 아니다. 사용 중단이다. 다시 켜기만 하면 된다. 스위치는 아직 거기 있다. 먼지만 쌓여 있을 뿐이다. 닦아내면 작동한다.
세끼는 전통이 아니다. 100년 된 습관이다. 굶는 능력이 진짜 전통이다. 수백만 년 된 설계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과거가 아니다. 우리 몸의 원래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