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의 완전한 역전

게임이 끝났다.
드라마 작가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영화감독이 완벽한 키스신을 찍어도, 소설가가 마음을 울리는 대사를 써도 소용없다. 연애 감정이라는 링에서 픽션은 리얼리티에게 KO당했다.
'환승연애'에서 전 연인이 서로를 힐끔거리는 0.3초가 드라마 한 시간보다 더 가슴을 뛰게 한다. '모솔연애'에서 어색하게 손을 잡는 장면이 영화 속 완벽한 로맨스보다 더 설렌다. 이게 말이 되나?
문제는 우리가 '진짜 감정'에 중독됐다는 거다.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완벽해도 "연기잖아"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리얼리티 쇼에서 누군가 진짜로 상처받고, 진짜로 설레고, 진짜로 울 때, 우리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든다.
더 이상한 건, 우리 모두 편집된다는 걸 안다는 거다. 리얼리티 쇼에 연출이 있고, 자막이 감정을 조작하고, 음악이 분위기를 만든다는 걸 다 안다.
그런데도 믿는다. 편집 사이사이 스며드는 0.3초의 진짜 표정을, 계산되지 않은 한순간의 당황을, 연출할 수 없는 미세한 떨림을.
결국 우리는 가공된 현실 속에서 가공되지 않은 순간을 찾는 탐정이 됐다.
시대가 바뀐 게 아니다. 우리가 바뀐 거다. 완벽한 사랑보다 불완전한 진심을 택했다.